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23~25일)를 취재하려는 한국 기자단의 방북이 무산됐다. 북한이 약속과 달리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 4개국 외신기자의 취재만 허가해서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해 대미 협상력을 키우려는 북한의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일부는 22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 했으나 북측 연락관은 ‘지시받은 게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18일부터 우리 측의 풍계리 취재 협조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측 기자단 여덟 명은 2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대기했으나 방북이 무산되자 이날 베이징공항에서 철수했다. 미·중·영·러 4개국 기자단은 이날 오전 예정대로 베이징 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원산에 도착했다. 우리 기자단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23~24일 육로로 방북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우리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후속 조치가 없어 기자단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한·미 연합훈련 때문에 남북한 고위급회담을 재개하지 않겠다며 한국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 홍보에 집중했다.

공동취재단/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