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의 갈림길이 될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이 남측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미국행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세 번째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회동한 것 등을 포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둘러싼 미·북 간 의견차를 좁히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이 미국의 핵폐기 방법에 반발하면서 돌발 변수가 출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면서 북측 반발을 해소할 수 있는 체제보장 등 ‘보상’ 카드와 관련해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한 정상회담 후 비핵화에 전향적 자세를 취했던 북한은 최근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론에 미·북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북한체제 비하 발언을 문제삼은 데 이어 탈북 여종업원 송환까지 요구하는 등 남측을 향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북측의 입장 선회에도 불구하고 미·북 정상회담의 판이 깨질 정도의 중대국면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근접한 것”이라며 “북한이 기싸움을 벌이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비핵화 과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뢰를 두텁게 하는 과정”이라며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미·북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