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강소기업④]정익승 DS글로벌 대표 "위기에서는 방어보다 공격…투자 두려워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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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승 대표의 DS글로벌(사진)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포켓포토'라고 하면 모두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DS글로벌은 LG전자와 제휴한 모바일 인스턴트 프린터 '포켓포토'를 개발한 후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DS글로벌의 위기도 바로 이 '포켓포토'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여의도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연구원 세미나에서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위기와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놨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매출 늘어난다고 이익도 늘어날까…기회는 곧 위기"
DS글로벌은 2012년까지만 해도 매출 40억~50억원을 올리던 회사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매출이 340억으로 뛰어올랐다. LG전자와 함께 만든 인스턴트 프린터 포켓포토가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면서 회사의 덩치도 급속도로 불어났다.
"매출이 10배로 뛰니 주변에서는 돈 많이 벌었겠다고 얘기하죠. 하지만 막상 이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도 늘려야 하고 생산시설도 늘려야 했죠. 특히 갑자기 물량이 늘어나면서 불량률이 늘어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으로 스마트 공정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불량률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주문이 늘어나면 좋아하죠. 늘어난 물량이 다 이익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매달 제품 1000개를 만들던 회사가 30만개를 만들라고 하면,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제조업에서 스마트 공정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대량생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거죠."
하지만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2013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2014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그렸지만 매출이 180억대로 반토막난 것.
"이 해에 세월호 사태가 터졌죠. 포켓포토는 여행과 행사가 많아야 잘 팔리는 아이템인데 시장이 침체되면서 판매도 급감했습니다. 생산여력을 이 쪽에 '올인'하고 생산과 투자도 늘린 상황이었죠. 내수시장에만 집중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흔히들 투자는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한 바구니에 담게 됩니다. 결국 그게 문제가 됐던 거죠."
위기 극복은 결국 원인을 알고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의 위험성을 알게 된 정 대표의 새로운 방향은 글로벌 시장이었다.
"직원들과 여관방을 잡고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죠. 글로벌 시장에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낸 신제품이 폴라로이드사와의 제휴를 만들어 냈죠."
◆"나를, 내 아이템을, 내 확신을 믿어라"
그는 글로벌 시장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말한다. 드넓은 시장의 크기만큼이나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가혹한 시장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강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결국 공격입니다. 1000개를 만들던 회사에 갑자기 30만개 생산의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죠. 미리 예측해서 판단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남들이 투자하지 않을 때 투자하는 공격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매일 급격히 변해가는 시장에서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포켓포토를 개발한 후 투자자들을 찾아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팬시 아이템이다. 기껏해야 1년 가겠다."는 말이었다.
"프레젠테이션(PT)을 할 때마다 그런 얘길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임원들은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켓포토의 '커넥티비티'라는 콘셉트를 믿었습니다."
정 대표의 이런 철학은 바이어를 만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제품을 판매 업체에 제공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그대로 만들어 주는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시장을 분석하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제공하죠. 이렇게 해야 우리가 사업을 리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후배 벤처창업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소신과 확신"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투자자를 만날 때 작다고 움츠러들지 마세요. 나를 믿고 내 아이템을 믿고 내 확신을 믿어야 합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계약해야 합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DS글로벌은 LG전자와 제휴한 모바일 인스턴트 프린터 '포켓포토'를 개발한 후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DS글로벌의 위기도 바로 이 '포켓포토'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여의도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연구원 세미나에서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위기와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놨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매출 늘어난다고 이익도 늘어날까…기회는 곧 위기"
DS글로벌은 2012년까지만 해도 매출 40억~50억원을 올리던 회사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매출이 340억으로 뛰어올랐다. LG전자와 함께 만든 인스턴트 프린터 포켓포토가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면서 회사의 덩치도 급속도로 불어났다.
"매출이 10배로 뛰니 주변에서는 돈 많이 벌었겠다고 얘기하죠. 하지만 막상 이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도 늘려야 하고 생산시설도 늘려야 했죠. 특히 갑자기 물량이 늘어나면서 불량률이 늘어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으로 스마트 공정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불량률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주문이 늘어나면 좋아하죠. 늘어난 물량이 다 이익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매달 제품 1000개를 만들던 회사가 30만개를 만들라고 하면,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제조업에서 스마트 공정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대량생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거죠."
하지만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2013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2014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그렸지만 매출이 180억대로 반토막난 것.
"이 해에 세월호 사태가 터졌죠. 포켓포토는 여행과 행사가 많아야 잘 팔리는 아이템인데 시장이 침체되면서 판매도 급감했습니다. 생산여력을 이 쪽에 '올인'하고 생산과 투자도 늘린 상황이었죠. 내수시장에만 집중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흔히들 투자는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한 바구니에 담게 됩니다. 결국 그게 문제가 됐던 거죠."
위기 극복은 결국 원인을 알고 해결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의 위험성을 알게 된 정 대표의 새로운 방향은 글로벌 시장이었다.
"직원들과 여관방을 잡고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죠. 글로벌 시장에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낸 신제품이 폴라로이드사와의 제휴를 만들어 냈죠."
◆"나를, 내 아이템을, 내 확신을 믿어라"
그는 글로벌 시장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말한다. 드넓은 시장의 크기만큼이나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가혹한 시장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강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결국 공격입니다. 1000개를 만들던 회사에 갑자기 30만개 생산의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죠. 미리 예측해서 판단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남들이 투자하지 않을 때 투자하는 공격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매일 급격히 변해가는 시장에서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포켓포토를 개발한 후 투자자들을 찾아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팬시 아이템이다. 기껏해야 1년 가겠다."는 말이었다.
"프레젠테이션(PT)을 할 때마다 그런 얘길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임원들은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켓포토의 '커넥티비티'라는 콘셉트를 믿었습니다."
정 대표의 이런 철학은 바이어를 만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제품을 판매 업체에 제공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그대로 만들어 주는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시장을 분석하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제공하죠. 이렇게 해야 우리가 사업을 리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후배 벤처창업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소신과 확신"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투자자를 만날 때 작다고 움츠러들지 마세요. 나를 믿고 내 아이템을 믿고 내 확신을 믿어야 합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계약해야 합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