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은 17일(현지시간) 한때 배럴당 80.50달러까지 오르면서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80달러를 돌파했다.

프랑스 정유사 토탈의 파트리크 푸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세미나에서 “지정학적 요인이 시장을 다시 지배하고 있다”며 “몇 달 안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한 지난 8일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5달러 이상 올랐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 공급이 줄어드는 데 반해 원유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유럽의 기술과 자금 투자로 이란의 노후 석유생산 시설을 교체하고 생산량을 늘리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지난달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110만 배럴로 전년 대비 40% 줄었다. 서방의 시리아 공습, 이란과 이스라엘 공방 등으로 중동 불안이 커진 것도 유가 상승 요인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셰일오일 수출이 글로벌 공급 부족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셰일오일 파이프라인 수송량이 한계에 달해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OPEC이 감산 합의를 철회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올여름이면 하루 평균 공급량 부족분이 100만 배럴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OPEC 회원국은 물론 러시아 등 비(非)회원 산유국은 올 연말까지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면서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원유 수입 비용은 1조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캐나다 투자은행 RBC는 추정했다. 유가가 40달러대였던 2015~2016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RBC는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이 원유 수입 비용 상승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까지 유가가 90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유가 상승으로 물가 전반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