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 간 제휴 움직임에 발끈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가 자사의 고가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세계 최대 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를 3개월간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용권을 나눠주는 게 화근이 됐다. 방송사들은 “불공정한 경쟁으로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발점”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반면 LG 측은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을 뿐 방송사들이 우려하는 제휴 사항은 결정된 게 없다는 태도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회원사인 한국방송협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으려 한다”며 “LG유플러스가 불합리한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제휴 협상을 하면서 미디어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LG와 넷플릭스 간 수익 배분율이다. 지상파 3사는 IPTV로부터 자사 콘텐츠 방영 수익의 65%를 가져오는데 넷플릭스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빌미로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애써 구축한 국내 통신 인프라를 넷플릭스에 헐값에 내주면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하도급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류의 해외 확산 기회를 넷플릭스가 가져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LG 측에 제휴 철회를 촉구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IPTV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에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전세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LG유플러스는 그러나 “협회가 제기한 문제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한 얘기”라며 “넷플릭스와 여러 사항을 협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방송협회의 이날 성명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몇 년간 CJ E&M 등 케이블TV 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등의 약진으로 시청률과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콘텐츠 유통은 물론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지상파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영화 ‘옥자’를 단독 서비스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유재석 등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까지 선보였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넷플릭스가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재혁/이승우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