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일 에스티아이 대표가 대구 다사읍 본사에서 광섬유모재 생산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서태일 에스티아이 대표가 대구 다사읍 본사에서 광섬유모재 생산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5G(5세대) 이동통신의 총아로 불리는 광섬유 원료가 되는 광섬유모재 설비제조 기술을 국산화한 대구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에스티아이(대표 서태일)는 광섬유모재 설비제조 기술을 국산화해 올해부터 수출을 확대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생산설비 기술 국산화와 수출에 기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월드클래스300 기업에도 지정됐다.

서태일 대표는 “2016년 설비생산 기술을 국산화한 이후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 등지의 수출 주문이 늘어나면서 이미 700억원의 주문을 받아 올해 900억원대의 매출 달성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1989년 회사를 설립한 서 대표는 2014년 열처리 설비를 납품하던 국내 대기업이 광통신사업을 미국에 매각하면서 거래처가 끊겨 기업 존폐의 위기에 봉착했다.

다른 협력업체들이 주저앉는 상황 속에서 서 대표는 ‘광섬유모재 생산설비를 직접 제조해보자’며 도전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50년 역사를 지닌 미국 기업과 핀란드, 일본의 쟁쟁한 기업만이 지닌 기술이었다.

주변에서는 곧 망할 회사라며 낙인을 찍고 은행에서는 대출도 안 해줬다. 서 대표는 사업부문이 없어진 대기업 임원과 협력업체 엔지니어 등 10여 명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2013년 103억원이던 매출이 2015년 32억원으로 떨어지는 위기 속에서 지방 중소기업이 골리앗 글로벌 기업에 낸 당찬 도전이었다. 서 대표는 그동안 번 돈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정부도 에스티아이를 도왔다.

이 회사는 11억원 규모의 광섬유용 2세대 모재 생산시스템, 청정제조기술, 연구개발(R&D)차이나하이웨이라는 중국 수출 장려 과제 등 정부 R&D 과제를 진행하면서 기술을 발전시켰다. 액상유리원료 기화장치 등 2개의 해외특허와 5개의 국내특허를 획득하며 2016년 세계 최고의 수율을 자랑하는 생산설비 기술을 개발했다.

2016년 중국 기업이 에스티아이의 설비를 도입하면서 수출 물꼬가 터졌다. 모재생산 수율을 높이자 가격이 경쟁사보다 20% 비쌌지만 수출 주문은 이어졌다.

고부가가치 광섬유를 생산하는 설비인 만큼 비용보다는 품질을 선택한 것이다. 브라질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도 수출 협상 중이다. 서 대표는 광섬유모재 분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되기도 했다.

서 대표는 “2014년 광섬유모재 설비생산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5G 시대 광케이블 시장에서 한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설비 수출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줘야 했다”며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중국과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해 5년 안에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