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2년 전 매각했던 부산신항 4부두 터미널(HPNT)의 운영사 지분 40%를 다시 사들여 싱가포르 항만운영사 PSA와 공동 운영한다. 현대상선은 지분 매입으로 PSA와 각각 50%의 같은 지분을 보유한다. 상징성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상선이, 최고재무관리자(CFO)는 PSA가 맡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탄총멩 PSA 대표,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15일 부산신항에서 ‘신항 4부두 공동운영 기본합의서 체결식’을 했다.

현대상선은 당초 HPNT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40%+1’주(보통주)를 PSA에 800억원에 매각해 10%의 지분만 소유했다. 나머지 50%(우선주)는 재무적 투자자인 와스카가 소유했다. 우선주 50% 가운데 40%를 현대상선이 사들이고, PSA가 10%를 사들여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상선은 앞으로 5년간 PSA 측에 1400억원을 하역료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우선주 배당으로 채우면 별도의 현금 지급 없이 터미널 지분 40%를 사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재매입으로 현대상선은 제1의 국적선사로서 거점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또 하역료 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 4부두를 거점으로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에 대해 다른 해운사보다 각각 25~35%와 20~25% 비싼 하역료를 내고 있어 하역료를 조정하는 등 방안 마련이 시급했다.

현대상선은 2년 전 계약 당시 △경쟁선사 대비 높은 하역요율 △연간 최소 컨테이너 70만 개 물동량 보장 △타 터미널 기항 금지 △타 지역 터미널 개발 운영 금지 등의 옵션에 묶여 부산항으로 물량을 많이 유치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주장해왔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신항 4부두에서 20피트 기준 180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고, 올해는 200만 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장관은 “부산항이 세계적 환적 거점항의 위상을 강화해나가려면 터미널 운영사 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하는데 현대상선의 4부두 공동운영권 확보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터미널 운영사들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게 관건이며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