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 협상의 최고사령탑 격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하반기를 이끄는 핵심 축이다. 두 사람 모두 노동계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노사 교섭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정치권에서도 ‘협상의 달인’으로 통한다. 정치권도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두 사람이 ‘찰떡 공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홍 원내대표는 취임 3일 만에 ‘드루킹(인터넷 댓글조작 의혹 사건) 특검’으로 가로막힌 국회를 협상으로 정상화시켰다. 단식 투쟁까지 벌인 강성파인 김 원내대표 측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여야 합의 사항을 뜯어보면 민주당으로서는 ‘금기어’나 마찬가지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의원 이름을 적시하지 않고 수사 범위를 정하는 소득을 올렸다. 대신 한국당은 특별검사에 대한 여당의 비토권 조항을 삭제하고, 수사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성과를 이뤘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노사 협상 전략이 그대로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원내대표 등장으로 경직됐던 여야 분위기가 ‘해빙 무드’로 전환될 조짐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당선되기 전부터 “영표는 내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단식투쟁 기간이던 지난 10일에는 “내가 이렇게 있는 것을 보면 큰 틀에서 합의해 줄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도 “내가 김 원내대표보다 한 살 더 많은데…”라고 말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1957년생으로 김 원내대표보다 한 살 위지만 동년배 의식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로 호흡을 맞췄다. 그때는 김 원내대표가 여당(새누리당), 홍 원내대표가 야당(민주통합당)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상반기에 환노위원장을 맡아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다. 그는 지난 2월27일 여야가 막판까지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던 심야 시간에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에게 요청해 사람을 김 원내대표 자택으로 보냈다. 새벽 1시께 김 원내대표를 깨워 전화로 환노위 협상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양측이 이미 상대방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각종 현안에 대한 교섭도 탐색전 없이 곧바로 들어갈 전망이다. 두 원내대표가 노동 전문가인 만큼 당장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