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세 변화와 전망' 특강에서 "북한은 과거에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용인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1992년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은 자신의 비서를 미국으로 보내 양국이 수교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이를 거절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했다면 북한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그대로 두면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불가침 방침만 약속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핵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이유가 없다"며 "지난달 도보다리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최근 남북, 북미 관계가 바뀐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자 그동안 험한 말을 쏟아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퇴로를 찾는 데 문재인 대통령이 치고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평화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등에 업혀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이런 의도를 문 대통령이 읽어냈다"고 풀이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만 해도 결연함 같은 걸 느끼지 못했는데 실제로는 외유내강"이라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로 연결하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실행해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원래 일본은 미국의 결정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북미 수교가 되면 일본도 북한과 수교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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