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공장 가동률은 100%를 웃돈다. 이 공장은 연간 1만2400대의 굴착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올해 판매량은 이보다 20%가량 많은 1만5000대에 달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안 마련에 나선 이유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굴착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13일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8만97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126대)보다 55.3% 증가했다. 올 들어 4개월 만에 2015년(5만3000대)과 2016년(6만3000대) 연간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판매 증가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4월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84.5% 늘어난 2만6561대로, 연간 판매량이 17만 대에 육박한 2011년 4월(2만6698대) 이후 가장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로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2012년부터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2011년 17만 대에 달하던 중국 굴착기 시장은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 2015년에는 5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전하던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부의 최대 인프라 사업인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광산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굴착기 판매량은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15만~17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 업체의 굴착기 판매량도 크게 뛰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까지 중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7196대를 팔았다. 중국 사니, 미국 캐터필러, 중국 XCMG에 이은 4위다.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92.9% 증가한 4251억원에 달했다. 전체 건설기계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분기 15.1%에서 올 1분기 23.3%로 확대됐다.

현대건설기계도 올 들어 4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판매량(4013대)의 88% 수준인 3544대를 판매했다. 올 1분기 중국법인 매출(2424억원)도 전년에 비해 152% 급증했다. 박순호 현대건설기계 전무는 “중국 공장의 최대 생산량이 월 1000대인데 지난달 1008대를 판매할 정도로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며 “향후 3년간은 건설 경기가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