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4개 항만시설 BTO사업, 법인세 인하 반영해야"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재정사업, 출연금·보조금 사업에서 거액의 잔액을 방치하거나 차액을 임의집행하는 사례가 무더기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특히 한국환경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의 위탁사업 3천122개에 정부·지자체가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많이 사업비를 교부해 2016년 말 기준 잔액이 2조8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재정지출 효율화 및 주요 재정사업 추진실태'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환경공단·농어촌공사 위탁사업 중 2016년 말 사업비 잔액 기준으로 상위 40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사업계획 및 자금집행 시기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비를 계속 교부한 것이 잔액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꼽았다.
이로 인해 이들 2개 기관에 '묶여있는 자금'은 2012년 말 1조8천억 원에서 2016년 말 2조8천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중앙부처·지자체가 공공기관에 위탁하는 사업비가 실제 집행액보다 과다 교부돼 공공기관에 자금이 묶여 국가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출연사업 종료·이관 후 집행잔액을 방치하는 것도 재정부담의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신보중앙회)는 구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출연금 1천500억 원을 받아 '근로자 생계보증사업'을 하다가 2010년 7월 신규 보증업무를 중단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사업비 집행잔액은 865억 원, 보증잔액은 81억 원이어서 중기청은 차액인 784억 원을 회수하거나 신보중앙회가 수행하는 다른 사업의 출연금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아무 조치 없이 방치했다.
또, 2016년 신보중앙회의 '햇살론 사업'을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이관하면서 중기청은 2015년 이전 햇살론 보증분에서 향후 216억 원 내지 1천611억 원의 집행잔액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고서도 잔액을 넘기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2016년 이후 수행하고 있는 햇살론 사업에 기존 잔액을 활용하지 못한 채 매년 1천750억 원의 출연금이 추가로 지원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자체 수입이 매년 발생하는 35개 기관에 출연금을 적정히 편성했는지 점검해 문제점을 찾아냈다.
이들 기관에는 자체 수입을 뺀 나머지만 출연금으로 줘야 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술료수입 등 집행잔액 57억 원, 한국광해관리공단은 폐광대책비 적립금 등 20억 원, 도로교통공단은 지방이전사업비 잔액 60억 원을 자체 수입으로 반영하지 않아 출연금을 과다하게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들 3개 기관은 총 137억 원을 별도의 사용계획 없이 보유 중이다. 이번 감사에서 낙찰차액, 공사비 절감액 등을 총사업비에서 감액하지 않고 임의로 집행한 사례들도 적발됐다.
중앙관서는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예산액에서 실제 낙찰액을 뺀 '낙찰차액'을 30일 안에 총사업비에서 감액해야 한다.
감사원이 작년 9월 1천527건의 계약을 확인한 결과 총 19조4천376억 원의 낙찰차액이 발생했으나 국토부 등 12개 부처는 226건의 계약에서 발생한 6천967억 원의 낙찰차액을 감액하지 않거나, 감사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한 이후에 감액했다.
또,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 절감액이 발생하면 6개월 안에 총사업비에서 감액해야 함에도 국토부 등 3개 부처 산하 11개 사업 시행기관은 32개 사업에서 발생한 공사비 절감액 등 총 5천270억 원을 감액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중앙관서의 승인 또는 기재부 협의 없이 공사비 절감액 등을 활용해 7천428억 원의 공사비를 임의로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해양수산부가 14개 항만시설을 BTO(수익형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법인세비용이 감소하면 최소운영수입(MRG) 또는 무상사용기간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실시협약을 체결했음에도 조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율 인하로 사업시행자의 법인세비용이 총 1조3천120억 원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면 14개 사업의 무상사용기간을 최대 22년까지 단축할 수 있고, 최소운영수입에 반영하면 2018년∼2025년 연간 30억 원의 절감이 가능하다고 감사원은 계산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지자체가 총사업비를 축소해 사업성 검토절차를 회피하는 점,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입의 특별회계별 배분기준이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