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통일펀드가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통일펀드를 새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펀드 vs 편드] 남북 해빙 무드에 다시 주목받는 '통일펀드'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 마라톤통일코리아’는 올 들어 3.11%, 최근 1년 동안은 15.08%의 수익을 냈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이 0.95%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건설 등 남북 경협주가 상승세를 탄 덕분이다. 신영 마라톤통일코리아는 삼성전자(펀드 내 비중 14.84%) SK(2.72%) 등 대형주와 LS전선을 자회사로 둔 LS(1.84%), 철강주인 포스코(1.88%)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펀드 운용보수의 20%가량을 통일 기금으로 출연했다.

신영 마라톤통일코리아는 2014년 3월 설정됐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을 계기로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실적이 개선될 만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내세운 펀드들이 앞다퉈 나오던 시기였다. 같은 시기 하이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이 통일펀드를 내놨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신영자산운용 상품이 유일하다. 지난 정부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통일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통일펀드들이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로 전락하면서 지난해 11월 ‘교보악사 우리겨레통일’이 청산했고, ‘하이 코리아통일르네상스’도 이르면 올 3분기 청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통일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면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그레이터코리아’ 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남북 경협주 등 남북 관계가 개선될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펀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실향민 펀드’를 추가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펀드 자산의 20~30%가량은 실향민이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여기서 얻은 운용보수 일부를 북한지역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