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회사 국순당은 지난해 주류 사업에서 번 돈보다 주식 투자로 번 돈이 더 많다. 쌓아놓은 보유 현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국순당, 막걸리보다 주식 투자로 더 벌었다
국순당은 지난해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영업손실 82억원에서 줄었지만 3년 연속 적자다. 2009~2011년 불었던 막걸리 열풍이 꺼진 탓이다. 2011년 127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28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주가도 2010년 1만9500원까지 올랐지만 그게 정점이었다. 국순당 주가는 올 들어 5700~6100원 사이를 맴돌고 있다. 8일 코스닥시장에서도 국순당은 시세 변동 없이 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국순당의 작년 순이익은 97억원에 달한다. 금융수익으로만 267억원을 벌었다. 주류 사업과 상관없는 금융투자수익으로 이만큼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2011년 80억원에 사들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과 함께 수백억원으로 불어난 것이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다. 국순당은 이 중 일부를 처분해 170억원을 차익으로 남겼다.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하며 기업 가치가 수조원대로 뛰어오른 블루홀에도 일찍이 투자했다. 블루홀 지분 일부를 판 것도 지난해 31억원 처분 이익으로 잡혔다. 국순당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많다 보니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운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국순당의 현금성 자산은 361억원에 달한다. 은행 예금 및 각종 금융상품에 넣어둔 기타 금융자산(695억원)과 임대수익이 나오는 투자부동산(90억원)을 합하면 모두 1146억원으로 국순당 시가총액(1089억원)보다 많다. 장·단기 차입금은 12억원,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9.3%에 불과하다.

막걸리 열풍이 꺼지면서 국순당은 시장에서도 소외됐다. 애널리스트들은 2016년 9월을 마지막으로 분석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가도 국순당을 거의 매매하지 않는다. 반면 외국인은 국순당을 조금씩 계속 사들여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은 국순당을 지난 6개월 동안 13억원, 지난 2년 동안 41억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말 3.87%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4.75%까지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순당은 부채가 적고 보유 현금이 많은 전형적인 자산주”라며 “외국인이 국순당의 자산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순당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선 본업인 주류 사업의 매출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 통합과 인원 감축으로 비용을 줄였지만 매출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 때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으나 화장품 시장 진출과는 거리가 멀다고 회사 측은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술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로 기능성 물질을 개발하려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며 “미용 기능성 물질 연구에 화장품 제조 면허가 필요해 사업 목적에 추가했을 뿐 아직 관련 조직도 없고 시장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