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입국끼리 항공기 정비 부품을 거래할 때 관세를 면제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민간항공기협정(TCA)’에 가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국내 항공 운송·제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항공 운송·제작 업체들은 국내법에 따라 수입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를 감면받았다. 올해 말 감면 기간이 끝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6일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수입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 감면율은 내년 80%, 2020년 60%, 2021년 40%, 2022년 20%, 2023년 0%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가 추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2022년까지 3013억원으로 추산된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세금 부담에 따른 긴축 경영으로 2027년까지 1만1000여 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항공기 부품 주요 거래국인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돼 감면 제도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판단이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FTA 조항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한·싱가포르 FTA는 ‘자국(한국)의 국내 법률 및 규정’에 따르도록 하기 때문에 국내 관세법의 감면 기간이 종료되면 고스란히 관세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TCA에 가입하면 국내 항공기 제작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TCA가 민간항공기 개발·생산·마케팅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에 따라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