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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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현대그룹주펀드매니저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 활성화 기대가 커지면서 건설·기계·철도 등 남북경협 수혜 업종에 속하는 범현대 관련 종목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최근 펀드수익률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현대그룹플러스펀드’는 최근 한 달(지난 3일 기준) 동안 6.6%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TIGER현대차그룹+상장지수펀드(ETF)’는 8.8%,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펀드’는 11.4%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두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던 펀드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부풀어오른 경협 기대가 수익률의 방향을 돌려놨다.
남북경협주 열풍 뜨거워지니… 다시 주목받는 현대그룹주펀드
현대그룹플러스펀드는 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그룹 종목에 신탁재산 60% 이상을 투자한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시멘트 등의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주를 신탁재산의 50% 넘게 투자하는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펀드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을 두루 담고 있다.

편입 종목의 실적 부진으로 현대 관련 그룹주 펀드는 오랫동안 고전했다. 현대그룹플러스펀드만 해도 지난해 270억원의 자금 순유출을 겪었다. 설정액이 50억원을 밑돌면서 청산된 펀드도 여럿이다. 성장률이 둔한 중후장대 산업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은 ‘경협 훈풍’을 펀드매니저들이 반기는 이유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협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주가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강국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야를 중장기로 넓힐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개방경제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만큼 경협 계획이 단계적으로 구체화되면서 2~3년간 지속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신윤 키움투자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배당을 늘리면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도 높은 주주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단기 급등 후 일시 조정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주가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론도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과열된 경협주는 작은 악재나 루머에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침착하게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