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2년 전 490㎡의 넓은 대지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5년 동안은 33㎡(약 10평) 미만의 작은 마당이 있는 집만 세 군데를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 마당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좁은 마당에서도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살아왔다. 오히려 22년 전 넓은 마당을 혼자 관리하는 게 큰 부담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세대는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도 땅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온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으켰을까. 도시생활에서 훈련된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말 주택보다 시골 이주를 전제로 하는 실수요자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살아갈 집이 중요한 사람들은 땅이 얼마나 넓은지보다 어디에 있는가를 본다. 지금은 실수요가 대세다.
땅이 아니라 집이 전원주택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데 거의 20년 세월이 걸린 듯하다. 이제 집이 겨우 중심에 자리잡는 과도기에 있다 보니 집에 대한 욕심엔 거품이 제법 끼어 있다. 이 거품을 걷어내야 비로소 진정한 전원주택의 모습이 나올 것 같다.
땅과 집에서 거품을 걷어내는 것 못지않게 사고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생활 편의시설에 대한 생각이다. 웬만한 크기의 아파트 단지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필요한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단지 내 상가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시설 접근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전철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전원주택단지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마트에 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10분 이상 이동하는 것은 기본이다. 병원, 학교, 쇼핑시설은 30분 이내 거리에 있으면 다행이다.
이런 현실의 절벽을 넘을 용기가 없으면 그냥 도시에 살아야 한다. 절벽 너머 도시에 없는 것들에 더 가치를 두고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서의 전원주택을 바라보지 않으면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전원주택은 없다. 특히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소음 공해를 비롯한 도시 거주의 필요악과 같은 것들은 전원생활이 아니면 원천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다.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감수해야 할 것이 있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누리는 혜택도 있다. 어떤 쪽에 더 가치를 두느냐 하는 것이 도시와 전원생활의 선택을 가른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255567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