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풍년’을 맞았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두 회사가 올해 본사와 공장이 있는 지자체에 낸 법인지방소득세가 모두 1조원을 넘어섰다.
결국… 기업이 '부자 지자체' 만든다
2일 전국 지자체와 기업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성시 수원시 용인시 평택시 등에 8405억원을, SK하이닉스는 이천시 청주시 등에 2822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2017년 실적분)를 냈다. 삼성전자의 세금은 지난해보다 188.6%, SK하이닉스는 410.3% 늘어났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전년도 12월 말 기준 법인소득에 대해 법인 소재지 관할 지자체에 내는 세금이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유치한 지자체가 대규모 세수를 확보한 이유다. 지역별로는 삼성전자가 화성시(2595억원) 수원시(2300억원) 용인시(1059억원) 평택시(457억원)에, SK하이닉스는 이천시(1903억원) 청주시(849억원) 등에 거액의 세금을 냈다.

국내 대표 기업의 본사와 공장을 끌어들인 지자체들은 재정 운영에 여유를 갖게 됐다.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세수 증가로 각종 지역개발사업과 복지에 지자체 재정을 투입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기업이 도시를 키우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 불황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거제, 군산, 통영 등은 기업 실적 악화로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자리잡은 거제시가 올해 기업으로부터 신고받은 법인지방소득세는 62억원으로 지난해(75억원)보다 17.3% 줄었다. 희망퇴직과 공장 폐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이 있는 군산, 성동조선해양이 자리한 통영의 형편도 거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군산은 올해 206억원, 통영은 74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걷을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