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 ‘바이오 대장주’에 등극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부정 의혹에 휩싸이면서 2일 급락했다. 이날 하루 시가총액이 5조6000억원 가까이 사라졌다. 다른 바이오 기업 중에도 회계처리를 놓고 금융감독원 감리가 예고돼 있는 곳이 있어 당분간 바이오주 급변동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품논란에 '삼바쇼크'… 바이오株 '시련의 계절'
◆삼바 충격에 바이오주 약세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만4000원(17.21%) 하락한 40만4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26조7307억원)도 전 거래일(4월30일) 시가총액(32조2885억원·코스닥시장 7위)에 비해 5조5578억원 줄었다. 전날 금감원이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해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하면서 매도세가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대금은 9649억원으로 전체 증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됐다.

증권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 정지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고의적이었다고 결론내리면 위반금액의 20%까지 과징금을 추징할 수 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들어가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충격에 이날 다른 제약·바이오주도 같이 약세를 보였다. 셀트리온(-4.43%)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2.90%) 메디톡스(-2.48%) 한미약품(-1.29%) 바이로메드(-0.83%) 네이처셀(-5.40%) 등 시총 상위 바이오주들이 하락했다.

◆“회계처리 이슈 없는 종목 선별해야”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고평가 논란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약·바이오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분기 영업이익 100억원, 순손실 572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헬스케어 기업 대부분이 올 1분기 실적이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연구개발(R&D)비용 회계처리 감리도 악재로 남아있다. 지난달 금감원은 10개 제약·바이오업체를 대상으로 회계처리와 관련해 감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해 재무정보를 왜곡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 연구원은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비용처리하고 있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회계 관련 이슈가 없는 상위권 제약사의 주가가 양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처리 문제는 부수적인 것일 뿐 바이오 업황의 성장성은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 발전과 수출 증가 등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글로벌시장 입지와 위상이 높아져 과거에 이뤄놓은 업적이 없어도 미래 가능성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며 “국내 바이오주의 기초체력은 과거보다 훨씬 튼튼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