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거침없고 자신감 넘치는 행보 사이사이는 '한반도의 봄'을 확연히 체감할 만큼의 감성적이고도, 감격적인 레토릭으로 꽉 들어찼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 내려오는 김 위원장과 역사적 악수를 하며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인사를 건네자마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곧바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예정에 없던 문 대통령의 월경 이유를 전했다.
양 정상의 솔직하고 화통한 화법은 판문점 광장으로 내려오는 짧은 순간에도 이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이 호위하는 전통 의장대를 소개하며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곧바로 화답하며 사실상 즉석에서 청와대 방문을 약속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김 위원장의 월경부터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회담장소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두 정상의 대화에 오른 첫 화제는 그림이었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1층 로비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며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 물었고, 문 대통령이 "서양화인데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 환담장에 도착해선 문 대통령이 먼저 뒷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하며 "(그림에 있는) 서로 '사맛다'라는 말은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며 "사맛다의 'ㅁ'은 문재인의 'ㅁ', 맹가노니의 'ㄱ'은 김 위원장의 'ㄱ'"이라며 그림의 뜻을 하나하나 풀어갔다.
김 위원장이 이에 웃으며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라며 흡족함을 표시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두 정상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회담장까지 이동 방법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이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고 설명하자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습니다"라며 자연스러운 배려의 뜻을 전했다.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대화는 처음부터 묵직했다.
두 정상 모두 사전 환담에서부터 11년 만에 재개된 대화 분위기를 속도감 있게 이어가 문 대통령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강하게 피력했다.
자칫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마저도 비핵화와 연결지어 농담의 소재로 오를 정도로 격의와 성역은 없었다.
당장 김 위원장이 "우리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며 수위를 넘나드는 농담을 던졌고, 이를 문 대통령이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며 비핵화와 연결시켜 부드럽게 맞받았다.
김 위원장은 또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고, 문 대통령은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와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솔직한 고민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며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이 사망한 사고를 언급하며 "수습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 위로하고 특별열차까지 배려했다고 들었다"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