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는 단톡방을 나가도 괜찮겠죠?”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일부 국회의원 사이에서 채팅방 탈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려는 의도와 이참에 불편한 채팅방을 빠져나가겠다는 속셈이다.

의원들은 선거 과정을 거치며 ‘카톡 지옥’에 시달리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 여당 의원은 “휴대폰 번호가 공개돼 있다 보니 지지자들이 묻지도 않고 카톡방에 초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은 카톡방을 조심스레 나갔더니 다시 초대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지지자가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라고 전화까지 준 적도 있다”며 “이럴 땐 가입을 안할 수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수많은 지지자와 지역구 주민 가운데 어떤 사람이 초대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례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댓글조작’과 별개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처럼 지지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바쁘다 보면 수십, 수백 개가 쌓인 채팅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확인해도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땐 그냥 ‘감사하다’ 정도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채팅방에서 무슨 얘길 주고받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기회에 카톡방이나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가려는 일부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국회의원이 우릴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변명의 여지가 있는 ‘특수 상황’이란 설명이다. 여당 A의원은 “대화가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은 채팅방부터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며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탈출할 수 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털어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