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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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112조원 규모 '유령배당' 사태와 관련해 현장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제재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내부 관리 미흡과 직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빚어낸 이번 사건의 파급력에 비춰 삼성증권이 강한 제재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에 대해 현금배당 28억10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을 입고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삼성증권의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약 16명이 501만2000주를 매도했다. 당일 삼성증권 창구에선 571만주가 매도됐다. 이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전일 종가보다 11% 이상 급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일부 직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주식 배당 입력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중 증권사가 더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4곳의 증권사에서 삼성증권과 동일한 우리사주 조합원 현금배당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입고 방식은 10년 전 당시 전산 방식에서 추가적인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전산 개편 작업이 이뤄진 증권사에서는 개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삼성증권과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고예방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4월 중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상장 증권회사에 대하여 배당처리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는 등 사고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삼성증권 검사 이후 전체 증권회사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업종 담당 연구원은 "삼성증권 사태는 개별 증권사의 이슈"라면서도 "금융당국이 조사에 들어갈 경우 추가적인 시스템 결함 등의 사례가 나와 증권업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관리 미흡도 문제지만 고객의 자산을 받아 높은 도덕 수준이 요구되는 금융투자사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파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재 수위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조사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가장 무거운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계열사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혐의로 1개월 부분 영업정지 제재 조치를 받은 유안타증권(옛 동양종금증권)이다.

학계의 복수 관계자는 "무거운 제재가 예상된다"면서도 "삼성증권이 고의적으로 이번 사태를 만들지는 않은 만큼 유안타증권 사례에 버금가는 제재를 받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사태로 2015년 사채권 또는 기업어음 증권이 편입되는 특정금전신탁 신규계약 체결과 사채권 모집의 신규주선 업무의 1개월 정지 제재를 받았다. 아울러 당시에 현재현 전 동양증권 회장과 정진석·이승국 전 대표에 대해 해임요구 상당의 제재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제재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심사가 보류된 상황에서 인가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오정민/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