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물러나면 회장되는 일본식 경영 전통, 비판 여론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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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직 유지하면서 '경영 간섭' 많아, 거버넌스·경영에 영향
사원들,'리더가 누군지 모르겠다' 불만…'줄세우기' 부작용도
현직에서 물러난 사장이 이사 지위를 유지하며 회장, 부회장 등의 직함으로 후임 사장의 경영에 간섭하는 일본식 경영 전통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장 자리를 물려 줬으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 나는게 당연한데도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에도 지장을 주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사원들 사이에선 회사 대표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불평과 함께 사원들의 줄서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재계에서는 요즘 4월에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를 앞두고 사장 교체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창업자로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서 활약해온 카리스마 경영자 중 니혼(日本)전기산업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73) 사장과 아이리스오야마의 오야마 겐타로(大山健太�. 72) 사장이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며 각각 사장자리를 50대와 30대에게 물려줬다.
오너는 아니지만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오카후지 마사히로(岡藤正�. 68) 이토추(伊藤忠) 사장과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57) 소니 사장, 사토 마사히로(佐藤康博. 65)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사장도 각각 실적과 조직개편 등 자신의 역점 사업에서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며 사장에서 물러났다.
반면 품질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고베(神戶)제강의 가와사키 히로야(川崎博也) 회장 겸 사장과 무자격자에 의한 품질검사 사실이 들통난 스바루의 요시나가 야스유키(吉永泰之) 사장 등은 작년에 있었던 불상사에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물러난 경우다.
이처럼 사장에서 물러난 배경은 각각 다르지만 퇴임후의 자리를 보면 대부분 '대표이사 회장'이나 '이사 회장'으로 사내에 자리를 유지했다.
나가모리 니혼덴산 사장은 대표 이사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 오야마 아이리스오야마 사장은 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오카후지 이토추 사장도 대표이사 회장 겸 CEO, 히라이 소니 사장은 이사 회장, 사토 미즈호 FG 사장도 이사 회장으로 눌러 앉았다.
이밖에 일본항공과 야후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사 회장의 직함으로 사내에 자리를 유지했다. 이는 사장에서 물러 나더라도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에 깊이 관여한다는 의미다.
사장에서 물러난 사람이 회장으로 취임하는 인사에 대해 기업 거버넌스 문제에 밝은 이치죠 가즈오(一條和生) 히도쓰바시(一橋)대학 국제기업전략연구소 교수는 "고도성장시대의 관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력 있는 서구 기업에서는 "사장 교체가 경영혁신이 필요할 때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돼 "신임 사장이 전임 사장 때의 사업을 매각하는 등의 결단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난 사장은 회사를 떠난다.
이에 비해 일본 기업의 경우 "사장교체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서" 사장이 퇴임 후에도 형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드물지만 이런 관례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다.
유력 알루미늄 메이커인 UACJ는 지난 2월 말 대표이사 회장을 그대로 대표 이사 회장,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 평 이사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를 3명으로 하는 경영진 인사를 발표했다가 대주주의 반발에 부닥쳤다.
UACJ의 사장 인사에 대해 1대주주인 후루카와(古河)전기가 회장과 부회장의 이사직 유지에 반대하며 재고를 요구했다.
후루카와는 "회장과 사장이 대표 이사로 경영진에 남는 건 경영책임을 경시하는 것인데다 거버넌스에도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후루카와는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사람이 경영진에 남는 건 신임 사장의 소신 경영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대형 조선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트드의 미시마 신지로 사장은 지난달 5년간의 사장 자리에서 퇴임하면서 회장도, 이사도 아닌 '특별고문'으로 물러났다.
회사 최고 책임자는 사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시마 사장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로 5년전 두 회사가 합병한 역사를 거론했다.
두 회사가 합병해 한 회사가 사장을 맡고 다른 회사가 회장을 맡는 식의 교차인사를 하면 사원들이 "사장은 순번제로 간다"고 생각해 출신 회사 최고위급을 의식하게 된다.
이래서는 냉혹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사' 지위를 유지하는 사장이 경영현안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본인은 그냥 생각을 말했을 뿐이지만 후임 사장은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사원들,'리더가 누군지 모르겠다' 불만…'줄세우기' 부작용도
현직에서 물러난 사장이 이사 지위를 유지하며 회장, 부회장 등의 직함으로 후임 사장의 경영에 간섭하는 일본식 경영 전통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장 자리를 물려 줬으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 나는게 당연한데도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에도 지장을 주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사원들 사이에선 회사 대표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불평과 함께 사원들의 줄서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재계에서는 요즘 4월에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를 앞두고 사장 교체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창업자로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서 활약해온 카리스마 경영자 중 니혼(日本)전기산업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73) 사장과 아이리스오야마의 오야마 겐타로(大山健太�. 72) 사장이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며 각각 사장자리를 50대와 30대에게 물려줬다.
오너는 아니지만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오카후지 마사히로(岡藤正�. 68) 이토추(伊藤忠) 사장과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57) 소니 사장, 사토 마사히로(佐藤康博. 65)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사장도 각각 실적과 조직개편 등 자신의 역점 사업에서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며 사장에서 물러났다.
반면 품질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고베(神戶)제강의 가와사키 히로야(川崎博也) 회장 겸 사장과 무자격자에 의한 품질검사 사실이 들통난 스바루의 요시나가 야스유키(吉永泰之) 사장 등은 작년에 있었던 불상사에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물러난 경우다.
이처럼 사장에서 물러난 배경은 각각 다르지만 퇴임후의 자리를 보면 대부분 '대표이사 회장'이나 '이사 회장'으로 사내에 자리를 유지했다.
나가모리 니혼덴산 사장은 대표 이사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 오야마 아이리스오야마 사장은 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오카후지 이토추 사장도 대표이사 회장 겸 CEO, 히라이 소니 사장은 이사 회장, 사토 미즈호 FG 사장도 이사 회장으로 눌러 앉았다.
이밖에 일본항공과 야후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사 회장의 직함으로 사내에 자리를 유지했다. 이는 사장에서 물러 나더라도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에 깊이 관여한다는 의미다.
사장에서 물러난 사람이 회장으로 취임하는 인사에 대해 기업 거버넌스 문제에 밝은 이치죠 가즈오(一條和生) 히도쓰바시(一橋)대학 국제기업전략연구소 교수는 "고도성장시대의 관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력 있는 서구 기업에서는 "사장 교체가 경영혁신이 필요할 때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돼 "신임 사장이 전임 사장 때의 사업을 매각하는 등의 결단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난 사장은 회사를 떠난다.
이에 비해 일본 기업의 경우 "사장교체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서" 사장이 퇴임 후에도 형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드물지만 이런 관례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다.
유력 알루미늄 메이커인 UACJ는 지난 2월 말 대표이사 회장을 그대로 대표 이사 회장,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 평 이사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를 3명으로 하는 경영진 인사를 발표했다가 대주주의 반발에 부닥쳤다.
UACJ의 사장 인사에 대해 1대주주인 후루카와(古河)전기가 회장과 부회장의 이사직 유지에 반대하며 재고를 요구했다.
후루카와는 "회장과 사장이 대표 이사로 경영진에 남는 건 경영책임을 경시하는 것인데다 거버넌스에도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후루카와는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사람이 경영진에 남는 건 신임 사장의 소신 경영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대형 조선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트드의 미시마 신지로 사장은 지난달 5년간의 사장 자리에서 퇴임하면서 회장도, 이사도 아닌 '특별고문'으로 물러났다.
회사 최고 책임자는 사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시마 사장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로 5년전 두 회사가 합병한 역사를 거론했다.
두 회사가 합병해 한 회사가 사장을 맡고 다른 회사가 회장을 맡는 식의 교차인사를 하면 사원들이 "사장은 순번제로 간다"고 생각해 출신 회사 최고위급을 의식하게 된다.
이래서는 냉혹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사' 지위를 유지하는 사장이 경영현안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본인은 그냥 생각을 말했을 뿐이지만 후임 사장은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