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예상하고 미국 갔던 김현종, 4주간 호텔 방 전전"
"한미 협상단, 센 술로 축하주 하자 말해"
정부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면제'라는 결과를 얻어낸 가운데 청와대는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며 협상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기자들을 만나 "'지독하게 협상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번 협상의 뒷얘기들을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애초 1주일간 미국에 머무르며 협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출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협상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면서 미국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졌고 협상팀은 4주 동안 호텔 방을 전전하면서 햄버거와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은 "다른 나라 대표단이 어떻게 협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김현종 본부장은 자주 통화하고 얼굴을 맞대면서 협상을 타결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이 워싱턴에 머무르는 기간 내린 폭설도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현지 날짜로 한미 간 대표단 회담이 예정됐던 21일에 워싱턴에 눈이 많이 내려 연방기관 사무실이 일제히 문을 닫기로 한 탓에 회동이 실제로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다.

윤 수석은 "(협상팀이) USTR에 문의했더니 미국 측이 한국과 협상은 해야 한다고 해서 21일에 예정대로 통상장관 회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우리 협상팀이 이날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USTR에 들렀을 때 근무를 서던 보안검색 담당 직원은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 협상단이 오는 바람에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양측 대표단은 계속되는 협상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협상이 잘 끝나면 축하주라도 해야 하는데 맥주 갖고는 안 되겠다.

좀 더 센 술로 마시자'고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수석은 "혹시 (송별 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한국 대표단이 돌아가면 '화상으로라도 술을 마시자'고까지 했다고 한다"며 "양측 대표단이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번 협상을 두고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가 양보만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윤 수석은 "(우리나라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가 늘었지만 현행 쿼터도 소화가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쿼터를 채우지 못하는 만큼 쿼터가 늘어난다 해도 우리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미로, 그만큼 이번 대표단이 협상을 잘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