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 KIC는 선장이 없고 국민연금은 조타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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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달 5일까지 실시한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에 총 16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민연금공단은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5월 경에는 선임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사임 후 8개월째 공석 상태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장 기록이다.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총책임자로서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투자위원회 위원장, 대체투자위원회 위원장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글로벌 변동성 확대 이슈가 발생할 때 대비책을 마련해 기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며, 대체투자위원회에서는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실제로 투자를 집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이뤄진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기금이라는 커다란 배를 어느 방향으로 운항할 지를 판단하고 실제 조정하는 조타수인 셈이다. 선박에는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도선사 등 많은 해원들이 탑승해 각자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키를 돌려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조타수다. 조타수 역할은 특히 선박이 커다란 풍랑을 만났을 때 진가가 발휘된다. 수많은 시간 동안 거대한 배를 움직여 보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맞선 경험이 위기 순간에 빛을 발하는 것이다.최근 글로벌 경제는 크고 작은 여러 풍랑이 몰아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겠다며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을 풀었던 미국은 글로벌 경기 호조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등 시중 자금을 다시 회수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대립각을 세우며 글로벌 시장의 긴장을 바짝 끌어올리더니 올해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중국과의 무역전쟁 우려를 낳고 있다. 어찌보면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 공적연금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은 지금 이 폭풍우를 헤쳐갈 조타수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조인식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의 직무대행 체재로 기금운용본부가 돌아가고 있다지만,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뒤따른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장 부재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보고 투자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8개월여 리더 부재 속에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능력은 여러가지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체 자산 612조원의 46.6%, 289조원을 국내 채권에 투자했다. 해외채권 투자비중 3.7%까지 더하면 전체 포트폴리오 내 채권 투자 비중은 5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반면 채권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사실상 보유 채권자산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물론 국민연금은 향후 2021년까지 주식투자비중을 45% 내외로 늘리고 채권투자비중은 45% 내외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18년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왔던 만큼 국민연금이 조금 더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자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운용성과도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국민연금의 2017년 수익률은 7.26%다. 단순 수치만 보면 2016년 4.75%대비 2배 가량 크게 오른 모습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각각 8.8%, 9.2%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성과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굴리는 자금 규모만 다를 뿐 연기금의 투자 부문은 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주식,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외화자산 1300억 달러를 운용하는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자리도 공석이다.지난해 9월 은성수 전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6개월째 비어있다. KIC호 여기는 조타수가 아니라 아예 선장이 없는 꼴이다. 물론 유능한 조타수가 큰 무리없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큰 배가 방향을 틀어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기에 선장의 부재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선박은 덩치가 커질수록 방향 전환을 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작은 조각배는 눈앞에 마주한 암초를 보고도 곧바로 방향을 틀 수 있지만 대형 선박은 그럴 수 없다.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바닷길을 잘 아는, 방향 전환에 대한 빠른 판단력을 가진, 그리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선장은 어디에 있는가?만약은 의미가 없지만...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마저 나온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주 타겟은 중국이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상황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미국의 농산물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보다 한발 더 들어간 상황을 걱정한다. 중국이 보유한 1조4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두고서 말이다. 중국은 자국 외환보유고 3조 달러 중 절반 가량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KIC와 같은 국부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부펀드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KIC가 미국채를 이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얼마 전 큰 이슈가 됐던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시도도 그렇다. 미국은 중국이 브로드컴을 이용해 자국의 핵심 기업인 퀄컴인수를 시도했다고 해석했고 이를 차단했다. 실패로 끝난 M&A지만 중국은 끊임없이 세계 각국에서 이런 기업들의 지분 인수를 노리고 있다. 브로드컴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KIC가 그럴 순 없었을까?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의 지리차의 행보가 이슈거리다. 스웨덴의 볼보차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지리차가 사들인 지분은 원래 쿠웨이트 국부펀드가 들고 있던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KIC 그리고 현대차가 손을 잡고 이 지분을 인수할 순 없었을까?석유자금 등을 바탕으로 한 중동의 국부펀드나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국부펀드들과 규모면에서 경쟁을 하는데 물론 한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KIC 규모도 아주 적은 건 아니다. 세계 16위권이며 국민연금의 규모는 훨씬 크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이다. 수많은 글로벌 IB들이 국민연금의 자금을 받으려 매년 우리나라를 찾아 올 정도이다.시간이 없다.글로벌 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좋은 투자 기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있다.김보미기자 bm0626@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티몬,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 100대 선착순 판매 개시ㆍ강성훈 박소현, 카메라 꺼진 줄 모르고 포옹하다…`들통?`ㆍ개리 아내, `아무도 몰랐다`…10살 연하 리쌍컴퍼니 직원?ㆍ손예진 나이?…"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ㆍ낸시랭 “올해 한국 떠날 것, 다른 나라서 인생 2막”ⓒ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