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중국과 세계 경제에 악영향"…전문가들 "美, WTO 규정 위반"
CCTV, '미중 무역마찰' 특별 보도…주미 중국대사 성명 등 상세히 보도
[미중 무역전쟁] 中언론, 美'관세폭탄' 맹비난…"중국 보복조치 나서야"
미국이 5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과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관련 소식을 속보로 내며, 강력히 비난했다.

해외망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중앙(CC)TV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 스스로 조사하고, 조처한 일방적인 보호무역 조치"라고 비판했다.

CCTV는 이어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면서 "중국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CTV는 또 아침뉴스가 끝난 뒤 '중미 무역마찰'이라는 제목으로 6꼭지에 걸쳐 특별 보도를 내보냈다.

CCTV는 이날 새벽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며, 추 대사가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다면 중국은 우리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발표한 7개 분야 128개 품목의 보복 관세 계획 리스트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밖에도 미국 업계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가 미국 내에서도 반대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 中언론, 美'관세폭탄' 맹비난…"중국 보복조치 나서야"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면서 "이는 중미 무역전쟁이 이미 미국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한밤중에 중국에 선전포고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또 자국 상무부의 성명을 소개해면서 "중국도 아침 일찍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첫 번째 반격에 나섰다"면서 "미국은 WTO를 대표로하는 다자무역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상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중국은 다층적이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미국과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며 "WTO 틀 안에서 법률적인 조처를 하고, 다른 WTO 회원국과 함께 다자무역 원칙의 안정과 권위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인 환구망(環球網)도 미국의 관세 부과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3시께 이번 조치를 비판하는 사평(社評)을 게재했다.

환구망은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조속히 대응해 중국의 정당한 무역권익을 수호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중국은 먼저 미국산 대두에 조처하고, 다른 농산품과 완제품 등도 보복에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경제문제와 중미무역간의 관계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면서 "또 중국이 미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한에 동등한 보복조치에 나서리라는 것과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역전쟁의 결과는 반드시 양측 모두가 지는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의 경제 소화 능력은 비교적 강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결국 어느 쪽도 쓰러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미국의 이번 조치가 WTO 규정 위반이며 미중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신취안(屠新泉)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미국이 301조 조사 결과를 WTO에 제소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미국이 WTO를 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일방주의적인 보호무역주의 행위이고, 이는 WTO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 교수는 또 미국 기업인 애플을 예로들며 미국이 주장하는 대(對)중 무역 적자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투 교수는 "애플은 세계 가치사슬 생선의 전형적인 예로, 중국은 주로 조립단계에서 이익을 얻어왔다"며 "일반적으로 전체 이익 중 중국이 얻는 것은 전체의 6%이고 나머지 94%는 다른 국가가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역액은 100% 전부 중국에서 수출한 것으로 잡힌다"면서 "이는 무역 적자를 이해할 때 주목할 가치가 있는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리융 중국경제무역학회 중·미·유럽 경제 전략 연구센터 주석은 "미국이 일방적인 보호주의 조치를 한다면, 중미 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행위는 미국 업계에서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머우난(張茉楠)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연구원도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세계 제조 라인의 비용이 증가한다"며 "세계 무역이든 소비자의 복리든 모든 부분에서 엄청난 손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 中언론, 美'관세폭탄' 맹비난…"중국 보복조치 나서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