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품질을 ‘성공 DNA’로 삼다
효성은 기술과 품질을 성공 유전자(DNA)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평소 “자체 개발한 원천 소재는 혁신 제품의 근간이며 경쟁 기업보다 앞설 수 있는 경쟁력 창출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1971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안양에 있는 효성기술원은 섬유화학과 전자소재, 신소재 산업용 원사 분야의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중공업연구소에서는 산업용 전기전자·미래 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효성이 1992년 독자기술로 개발한 스판덱스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세계 1위(점유율 32%)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기능성 섬유다. 원래 길이의 5~7배까지 늘어나고, 원상회복률도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좋아 청바지와 수영복, 란제리, 스타킹 등에 두루 쓰인다. 효성이 스판덱스 시장에 뛰어든 1990년대엔 미국 듀폰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효성은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2010년 세계시장 1위로 올라선 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판덱스와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타이어코드도 효성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다. 타이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재질의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는 고온·고압에 잘 버티는 강도를 갖춰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어 납품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제품이다. 효성은 1978년 이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아 점유율(45%) 1위에 올랐다. 효성의 타이어코드는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미쉐린, 굿이어 등의 글로벌 타이어 업체에 공급 중이다.
전 세계에 생산 시스템 갖추다
효성은 전 세계에 걸쳐 31개 제조법인과 22개 무역법인, 49개 무역사무소 등을 갖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 생산을 통한 고객 밀착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뿐만 아니라 터키와 브라질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의 고품질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효성은 2002년 세계 최대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과 3억5000만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미쉐린의 미국 버지니아주의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도 맺었다. 2006년엔 미국과 유럽, 남미의 굿이어 타이어코드 공장 4곳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과 성장세가 가파른 남미에도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효성은 공정 표준화와 생산 기술을 주도하는 ‘마더플랜트’인 국내 울산 공장을 중심으로 해외 주력 거점 시장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들의 요구에 즉시 대응하고,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생산 네트워크는 기술·품질과 함께 효성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하다
효성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해 백년 기업 효성으로 도약하겠다”며 기술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외에도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같은 신소재 사업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는 국내 선두 기업으로 자리잡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성장이 기대된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형 배터리 시스템이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에 유휴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전기를 공급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가변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적이다. 타이어코드를 포함한 산업자재 분야에서도 에어백용 원단과 안전벨트용 원사, 자동차용 카펫 등 산업용 원사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소재 부문을 전략품목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효성은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노틸러스 효성과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 등 정보기술(IT) 전문 계열사를 통해 핀테크(금융기술) 및 전자결제 사업 등 차세대 금융사업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ATM 등 금융자동화기기 전문 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미국 등 선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핀테크 사업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노틸러스 효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 내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신규 서비스센터를 개소했다. 미국 32개 주에 설치된 9000여 대의 노틸러스 효성 ATM 작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장애 발생 지역이 감지되면 즉각 서비스 요원을 출동시켜 문제를 해결한다. 노틸러스 효성은 미국 40여 개 주까지 서비스망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국내 유일의 통합전자결제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은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지갑 서비스인 머니트리 등의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