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정부가 직접 지정할 경우 국제 통상 규범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 교역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인 GATS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법률, 명령 등의 조치를 내리는 주체가 정부 당국(authority)인 경우 통상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안’은 사업 축소 및 철수까지 권고할 수 있어 외국계 기업이 재산권 침해에 따른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FTA에서 서비스업은 일부 투자 개방 유보 분야를 제외하고 모두 개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정 결과에 따라 FTA 위반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20일 공청회에 참석하는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통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는 과장이 아니라 허위에 가까운 문제 제기”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에 외국인 투자를 일부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는 ‘포괄적 유보조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미 FTA 부속서Ⅱ에서는 우리나라가 공공질서 유지, 취약계층 우대 조치 등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일부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여기에 해당하느냐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법안명에 ‘소상공인’ ‘생계형’ 등의 용어가 들어가 있으나 실제 보호 범위에는 중소기업까지 포함하고 있어서다. 정누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이 장애인, 상이군경, 소수민족 등과 동일한 취약계층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시행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통상 마찰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적합업종 지정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였기 때문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