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혼행족'도 외롭지 않네… 벚꽃비 흩날리는 봄의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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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다르게 즐기는 일본 여행 (7) 교토 중부
일본의 뿌리 교토, 그 심장은 기온거리
연인들의 발길 끊이지 않는 기후네신사
오랜 역사·茶香에 끌리는 소도시 우지
일본의 뿌리 교토, 그 심장은 기온거리
연인들의 발길 끊이지 않는 기후네신사
오랜 역사·茶香에 끌리는 소도시 우지
게이샤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기온거리
일본 문화의 정수가 교토라면 교토의 심장은 기온거리다. 기온거리는 요정과 유곽이 모여 있던 곳이다. 옛 모습의 정취가 지금도 남아 있어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藝者)들이 거리를 총총거리며 걸어가곤 한다. 기온의 풍경은 고즈넉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거리의 대부분은 상점이 됐지만 요정이나 가부키 극장, 전통찻집 등 대를 이른 노포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옛것의 흔적은 거리 곳곳에서 발견된다. 길 옆의 소화전부터 포석(납작하게 세공해 도로를 포장하기 위한 돌)까지 중세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치 타임슬립을 해서 헤이안 시대의 저잣거리로 빠져들어간 것 같다.
인연을 맺어주는 기후네신사
기온은 일본의 3대 축제로 잘 알려진 기온마쓰리(祇園祭)가 매년 7월1일부터 한 달 동안 계속된다. 기온마쓰리는 일본의 수많은 마쓰리의 기원이 됐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기온마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이 야마보코 순행행사다. 야마(山)라고 불리는 무게 0.5~1t 정도 되는 가마 23개와 7~10통이나 되는 거대한 가마 9개 등 총 32개의 가마를 끌고 시가지 행렬을 한다. 가마를 중심으로 벌이는 퍼레이드는 장엄하기 그지없다. 행사를 위해 참여하는 인원만 3만3000명에 이르고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은 매년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교토사람들은 기온마쓰리가 끝나야 비로소 여름이 시작된다고 말할 정도다.
기후네신사는 특히 여름철에 많이 찾는다. 가와도코라고 해서 강이나 계곡 위에 공간을 만들어 음식이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인데 평상 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조금 저렴한 나가시 소면에서 1인 6000엔짜리 고급 음식까지 다양하다.
가모가와 강의 풍경과 소도시 우지
가모가와 강은 사실 우리 문단의 전설인 정지용 시인과 관련이 깊다. 정지용은 가모가와 강의 풍경에 반해 압천(가모가와)이라는 시를 지었다.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오렌지) 껍질 씹는 젊은 나그내의 시름/ 鴨川 십리 ㅅ 벌에/ 해가 저믈어 저믈어(‘압천’ 중에서). 그는 도시샤(同志社)대에서 수학했다. 도시샤에서 공부한 또 한 명의 민족시인인 윤동주도 가모가와 강과 인연이 깊다.
뵤도인에서 뒤쪽으로 나가 우지가미(宇治上)신사를 향해 걷다 보면 주홍빛 아사기리교를 만난다. 아사기리교 앞에는 규모가 작은 우지신사가 있다. 이곳을 지나 조금 더 길을 오르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우지가미신사가 나온다. 다각으로 독특하게 휘어진 신사 지붕이 인상적이다.
우지의 골목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차 향기가 솔솔 새어 나온다.《겐지 이야기》와 함께 우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우지 차’다. 우지는 사이타마, 시즈오카와 함께 일본의 3대 녹차 산지다. 골목에는 차를 판매하는 상점과 아기자기한 찻집이 늘어서 있다. 8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지 강을 바라보고 있는 찻집 쓰엔은 아담하지만 고풍스럽다. 창가에 앉아 녹차 세트를 주문했다. 당고(쌀가루를 반죽해 작고 둥글게 빚은 화과자)와 함께 나온 녹차는 특별했다. 흔히 생각하는 맑은 녹차가 아니라 탕약을 달여낸 듯 진하고 걸쭉한 맛이 일품이다.
눈부신 벚꽃비가 떨어지는 3대 명소
교토에는 벚꽃 명소가 수두룩하다. 핑크빛 벚꽃에서 마치 팝콘처럼 하얀색의 벚꽃까지 눈부시기 그지없다. 한국에도 벚꽃 명소들이 많지만 일본에서 바라보는 벚꽃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돌 정원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료안지도 니조성에 핀 벚꽃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밤의 벚꽃 꿈처럼 아름다운 니조성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를 방문할 때 숙박하기 위한 성으로 1603년에 지어진 것이 니조성(二城)이다. 광대한 성 주위에는 해자가 둘러져 있으며,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국
보인 니노마루고텐(二の丸御殿), 중요문화재인 혼마루고텐(本丸御殿),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니노마루정원(二の丸庭園) 등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니조성은 세계유산으로도 등록돼 있다. 무엇보다 니조성은 벚꽃 명소로 이름이 높다. 다양한 종류의 벚꽃도 훌륭하며 봄에는 많은 관광객이 꽃 구경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니조성에는 약 400그루, 50종류의 벚꽃이 만개하는데 특히 수양 벚꽃이 아름답다. 불빛이 비치는 밤의 벚꽃은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진귀한 벚꽃으로 이름높은 히라노신사
니조성에서 금각사로 향하는 곳에 있는 히라노신사는 신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벚꽃 문양일 정도로 벚꽃과 인연이 깊은 신사다. 헤이안 시대 중기 수천 그루의 벚꽃이 뿌리를 내렸다. 985년부터 시작된 축제는 히라노 벚꽃 축제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진다. 50여 종류, 400여 그루의 벚꽃은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시간을 달리해 피는데 신사를 꽃 대궐로 만든다. 이 중에는 꽃 색깔이 옛 귀족의 연둣빛 옷을 닮았다고 해서 귀족옷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초록 벚꽃이나 팝콘 같은 핑크 벚꽃 등 진귀한 벚꽃도 많다.
걷는 길마다 피었네 철학의 길, 벚꽃의 길
교토의 긴카쿠지(은각사) 근처 2㎞에 이르는 철학의 길이 가장 빛날 때는 만개한 벚꽃이 피는 봄이다. 어떤 꽃이든 보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가슴에 스며드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철학의 길에 풍성하게 핀 벚꽃은 행복감마저 준다. 사실 제철에 오면 너무 사람이 많아서 벚꽃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3월초 이제 막 벚꽃이 열리기 시작할 때가 더 아름답다. 사람도 적고 오붓하게 향기를 맡으며 길을 걸을 수 있다. 사색하기 좋고 데이트 코스로도 일품이다.
교토=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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