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성격의 공공기관을 묶어 같은 날 신입채용 필기시험을 치르는 합동채용을 한다. 올해 공공기관 채용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5000명 늘어난 2만8000여 명에 이른다. 필기시험일이 겹치는 기관을 두고 수험생 사이에 ‘눈치작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합동채용에 작년보다 24개 기관이 늘어난 67개 기관이 참여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정부는 전날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공공기관 채용 예정 인원을 당초 2만3000명에서 2만8000명으로 5000명 늘렸다.
공공기관 67곳 합동채용… 5000명 더 뽑는다
기재부는 합동채용에 참여하는 67개 기관을 정책금융·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등 5개 분야로 나눈 뒤 기관 규모를 고려해 시험 일정을 조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동채용은 소수 수험생의 중복 합격에 따른 다른 응시자 채용 기회 박탈과 과도한 경쟁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며 “지난해 시행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관에서 경쟁률이 하락하는 등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전력과 수출입은행,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4개 기관이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4월28일이 가장 치열한 ‘A매치 데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5월19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감정원, 인천항만공사 등 6개 기관의 시험일정이 잡혀 있다. 같은 달 26일에는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조폐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7개 기관이 필기시험을 치른다.

하반기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도로교통공단 등 기관의 시험이 8월에, 신용·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의 필기시험이 10월로 예정돼 있다. 합동채용에 참여하지 않는 나머지 200여 개 공공기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별 채용에 나선다.

정부는 공공기관 합동채용을 통해 중복 합격자를 줄이고 허수(虛數) 지원 등으로 ‘거품’이 낀 경쟁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12년째 필기시험 날짜를 맞추고 있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 관련 기관들은 합동채용으로 이직률과 경쟁률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험생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직 방지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취업할 기관에 대한 선택권이 줄어드는 등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반면 “기관마다 지원해 중복 합격한 뒤 입사를 포기해 다른 수험생의 기회를 빼앗는 ‘싹쓸이 합격생’을 막을 수 있고, 자신이 목표로 한 기관의 채용시험에 집중하게 돼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합동채용 결과를 분석해 필요하면 운영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