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Scale-up) 대구·경북] "신산업 선점과 산업융합… 정책연속성 있어 가능했다"
대구가 4차 산업혁명의 선도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들이 이제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에 나섰지만 대구는 이미 5~10년 전부터 미래산업을 정하고 꾸준히 준비해왔다. 대구는 물, 에너지, 전기차, 로봇 의료산업 등 5대 신산업 분야에서 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과 앵커기업을 유치하며 5대 먹거리산업을 탄생시켰다.

500억원 이상 국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설계, 인프라 구축 등 6~10년이 걸린다. 하나도 아닌 신산업 다섯 개를 3~4년 만에 일으켜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대구는 해냈다.

이런 성과를 낸 비결은 정책의 연속성에 있다. 정권이 바뀌거나 시장이 바뀐다고 정책을 하루아침에 폐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대구가 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라는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인, 시민, 공무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미래를 보고 기반을 닦은 전임 지도자와 이를 계승·발전시킨 리더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범일 전 대구시장은 신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그릇인 국가산업단지 등 2000만㎡의 새 산업 용지를 마련하고 DGIST, 생산기술연구소 등 연구개발(R&D) 지원 기관을 집중 설립했다. 2009년 대구경북첨단복합의료단지를 유치해 의료산업 기틀도 닦았다. 2013 세계에너지총회와 2015 세계물포럼을 유치해 청정에너지와 물산업의 중요성에 눈뜨게 했다. 김 전 시장은 늘 “나는 밥상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며 미래를 준비했다.

2014년 취임한 권영진 시장은 이런 기반을 살려 신산업 혁신으로 민선 6기에 2234개 기업, 5조4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냈다. 해외와 외지에서 107개 기업, 1조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요한 것은 의료, 물, 에너지, 전기차, 로봇 등 방향성을 갖고 미래산업 기업을 유치했다는 점이다.

2009년 대구시는 의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했다. 첨복단지가 있는 혁신도시 99만㎡에는 당시 의료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지난 4년간 의료기업 126개와 국가기관 15개를 유치했다. 대구의 해외 의료관광객도 2년 연속 2만 명을 돌파해 비수도권 1위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지금 ‘대한민국 메디시티 대구’의 꿈을 실현하는 메디시티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대구는 전 세계에 100개의 대구병원을 진출시키고 100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하고 있다.

2030년까지 대구시가 사용하는 전기 2GW 전부를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아닌 LNG복합발전과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산업단지와 대구 전역을 청정에너지 자족도시이자 스마트그리드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국제적으로 스웨덴 말뫼나 독일 프라이부르크 등 소도시는 몰라도, 인구 2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이런 사업을 추진한 예는 아직 없다. 대구에너지 프로젝트에 한전, SK, LG CNS, 삼성SDI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이유다.

물, 의료, 에너지 기업의 해외 진출에는 대구 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적극 제공하고 시가 기업의 해외 진출을 보증하는 PPP(민관파트너십) 모델이 효과를 발휘했다. 민선 6기에는 2015년 3000억원 규모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따내고 롯데케미칼 등 20여 개 대표 물 기업을 유치했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에 시장이 직접 나가 지방정부의 신뢰를 심어줬다. 의료기업이 대구에 오면 병원과 대학이 기업 제품을 먼저 사용한다는 협약도 했다. 의료관광객에게 지방정부가 따로 보험을 들어주는 곳은 대구뿐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 성장까지 책임지는 대구만의 차별화된 정책이다.

대구에는 800개가 넘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있지만 대부분 파워트레인 등 내연기관 중심이어서 전기차나 자율주행 등 미래차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 김 전 시장은 정부 및 지역 부품회사들과 협력해 국가산단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지능형 자동차부품 성능시험장을 지었다. 권 시장은 대구에서 전기차시장을 선도적으로 열기 위해 지금까지 2000여 대, 올해 말까지 5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쿠팡, 롯데 등 물류회사의 1t 배송차도 대구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로 교체키로 했다. 전기차 생산기업이 네 개나 탄생해 대구는 전기차 생산도시로 변모 중이다.

대구시는 2014년 테크노폴리스에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 실증도로를 만들었다. 2016년부터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수성알파시티 등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수성알파시티는 세계 최초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상용망을 운영한 KT와 함께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5G망도 구축하고 있다. 수성알파시티 112만3900㎡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조성해 국내 최고의 스마트시티로 만들 계획이다. 이제 신산업 분야 기업을 고성장기업으로 육성해 대구경제를 스케일업(scale-up)하는 일만 남았다. 대구가 다시 비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