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고 야구 포수 출신…사고로 야구 접은 뒤 휠체어 농구 거쳐 아이스하키 전향
프로 문턱서 주저앉은 야구 유망주들에게 "야구 밖의 세상도 넓다" 희망 전파
포수의 꿈 잃고 골리의 꿈 얻은 유만균 "희망의 증거 되고 싶다"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44)은 고교 때까지 전도유망한 야구 선수였다.

그는 춘천고 야구부에서 포수로 활약하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3학년 때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더는 자신의 힘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

12일 강원도 강릉 코리아 하우스에서 만난 유만균은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이 대학과 프로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사이, 유만균은 주변과 연락을 끊고 은둔 생활을 했다.

그는 "지금도 TV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하면 채널을 돌린다"라며 "내겐 아직도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유만균을 일으켜 세운 건 장애인 스포츠였다.

그는 휠체어 농구로 장애인 스포츠에 입문한 뒤 아이스하키로 전향해 국내 최고의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가 됐다.

포수 훈련을 하면서 쌓은 민첩성과 남다른 운동 신경으로 최고의 골리(골키퍼)가 됐다.

유만균은 "야구공을 잡는 것과 퍽을 막는 건 많이 달랐다.

그러나 공의 두려움을 없애는 훈련을 많이 했기에 다른 선수들보다는 좀 더 이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에 이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로 뽑힌 유만균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골문을 든든히 지키며 대표팀의 수문장 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는 예선 1차전 일본전 4-1 승리, 체코전 3-2 승리를 이끌었다.

유만균은 "야구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평창패럴림픽에서 이루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는 프로의 문턱에서 주저앉는 수많은 야구 유망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유만균은 "야구 밖의 세상도 넓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