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부진하자 정부가 관련 공공기관을 동원, 무리한 실적 채우기에 나서 말썽을 빚고 있다. 매일 1인당 목표 건수를 할당하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관련 기관 직원들은 “본업을 제대로 못 할 지경”이라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일자리안정자금 접수기관인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의 노동조합(조합원 2만3000명)은 12일 연대 성명서에서 “정부의 조급함 때문에 일자리안정자금사업이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며 “접수기관별로 매일 건수를 할당하고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자금 실적 닦달… 못해먹겠다"
정부는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조원을 들여 근로자 1인당 최대 13만원(30인 미만 사업장 대상)을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 가입 등 까다로운 지원 요건 때문에 영세업주들이 신청을 꺼리면서 실적이 저조하자 접수기관을 닦달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들 기관 직원들의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오는 15일까지 11만 건을 채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직원 한 명당 하루 세 건씩 받아오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근로자 두 명 중 한 명은 신청을 안 했다.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실적은 112만2710명으로, 정부 목표(236만4000명)의 47.5%에 그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업체 인건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무리한 정책으로 이어지고, 이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안정자금사업이 ‘목표 채우기’식으로 진행되면서 요건이 안 되는 사업장까지 신청하는 등 일부 ‘도덕적 해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