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분유·건강 커피… '아로나민 신화' 85세 회장님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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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남 따라하면 만년 2등…시장에 없는 걸 만들라"
그릭요거트·카카오닙스차 등 국내 첫 선보여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 강화한 '노블' 커피 출시
"남 따라하면 만년 2등…시장에 없는 걸 만들라"
그릭요거트·카카오닙스차 등 국내 첫 선보여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 강화한 '노블' 커피 출시
산양분유, 초유, 그릭요거트, 카카오닙스차. 노화 방지나 면역력 향상에 좋다고 알려진 ‘슈퍼푸드’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일동제약 자회사인 일동후디스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제품들이다. 일동후디스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업계를 긴장시킨다. 곧바로 유행이 되기 때문이다. 산양분유와 초유는 분유업계에 ‘산양유아식 열풍’을 일으켰다. 그릭요거트도 경쟁사들이 모두 따라왔다.
일동후디스를 식품업계 ‘퍼스트 무버’로 만든 것은 이금기 회장(85)이다. 일동제약에 50년간 몸담으며 ‘아로나민 신화’를 쓴 그는 2010년부터 일동후디스로 자리를 옮겨 건강에 좋은 식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구의동 일동후디스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올해는 항산화 성분을 높인 커피 ‘노블’ 등 커피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호식품을 건강식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식품업계의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아로나민 신화’ 식품으로 이어가
이 회장은 국내 최장수 전문 경영인이다.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1984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가 1970년 개발한 종합비타민 ‘아로나민’은 지금까지 영양제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1996년 이 회장이 분유 ‘아기밀’을 생산하던 남양산업을 인수해 세운 회사다. 당시 매출 98억원, 유아식 시장점유율 3%이던 회사를 매출 1500억원, 점유율 20%대 회사로 키워냈다. 업계 순위도 7위에서 3위로 올랐다.
일동후디스는 내놓는 제품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회장은 “남 따라하면 만년 2등”이라며 “남들이 만들지 않는 것, 조금 비싸도 건강에 좋은 것만 만든다는 게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첫 자연방목 청정분유 ‘트루맘’과 뉴질랜드 산양유로 제조한 ‘산양분유’, 국내 최초로 초유를 함유한 분유 제품을 내놓으며 유아식업계 전체의 품질 경쟁을 이끌었다. 2003년 5월 출시된 산양분유는 지난해까지 1600만 캔이 팔리며 국내 산양유아식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그릭요거트 시장을 연 것도 이 회장이다. 유업계가 요거트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2012년, 일동후디스는 그리스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그릭요거트 ‘후디스 그릭’을 내놨다. 이 회장은 “당시 국내 요거트는 각종 첨가물과 색소 등을 넣어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며 “그리스 가정에서 만드는 전통 방식으로 신선한 우유를 농축한 뒤 각각 용기에 담아 개별 발효를 하고,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은 요거트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후디스그릭은 경쟁 제품에 비해 가격은 높지만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두 배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4000만 개 넘게 팔렸다.
◆‘기호식’을 ‘건강식’으로 바꾼다
올해 85세인 이 회장의 새 도전은 커피다. 일동후디스는 2015년 ‘앤업카페’로 컵커피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앤업카페는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50~100mL가량 더 많고,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 등 프리미엄 원두를 융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사용한다. 커피업계는 대용량 제품을 쏟아내며 앤업카페를 따라왔다.
커피사업을 시작할 때 ‘건강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식품회사가 커피를 파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다. 논문 수십 권을 독파한 이 회장은 ‘커피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회장은 집무실에 쌓여 있는 커피 관련 논문을 펼쳐 보이며 “커피는 카페인 중독, 커피믹스의 경화유지 성분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커피 생두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은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년간의 연구 끝에 폴리페놀 성분을 세 배가량 강화한 커피제품 ‘노블’을 작년 11월 내놨다. 노블은 식물성 경화유지 성분 대신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고, 탈지분유 대신 ‘1A’ 등급 우유를 썼다. 커피믹스엔 설탕이 아니라 당 흡수가 낮은 자일로스 설탕을 넣었다. 폴리페놀 성분을 높이기 위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등 고급원두를 저온에서 연하게 로스팅하고 별도로 생두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첨가했다.
이 회장은 제약·식품업계 원로로서 식품회사들의 과대광고와 베끼기 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약 개발하듯 1~2년 열심히 연구해 내놓은 제품을 이름과 포장만 비슷하게 베껴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성분 표기를 일부러 잘 안 보이게 하는 등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비신사적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금기 회장은 누구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이금기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아로나민골드와 큐란 등을 개발하며 초고속 승진했다. 1984년 대표이사, 1994년 회장에 올랐고, 2010년 자회사인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기까지 26년간 일동제약을 이끌었다. 일동제약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1997년 일동제약이 워크아웃 상태일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 작년 말 기준 일동후디스 지분 43.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매일 아침 8시 출근해 각 부서장에게 보고를 받고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한다. 뉴스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직접 챙긴다.
그는 건강 비결로 저탄수화물·고단백 식단과 1일 1요거트, 커피, 골프 등을 꼽는다. 서울대 약대는 이 회장이 출연한 기금으로 작년 11월 이 회장의 호 ‘우봉’을 딴 ‘우봉약학전시관’을 개관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일동후디스를 식품업계 ‘퍼스트 무버’로 만든 것은 이금기 회장(85)이다. 일동제약에 50년간 몸담으며 ‘아로나민 신화’를 쓴 그는 2010년부터 일동후디스로 자리를 옮겨 건강에 좋은 식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구의동 일동후디스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올해는 항산화 성분을 높인 커피 ‘노블’ 등 커피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호식품을 건강식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식품업계의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아로나민 신화’ 식품으로 이어가
이 회장은 국내 최장수 전문 경영인이다.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1984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가 1970년 개발한 종합비타민 ‘아로나민’은 지금까지 영양제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1996년 이 회장이 분유 ‘아기밀’을 생산하던 남양산업을 인수해 세운 회사다. 당시 매출 98억원, 유아식 시장점유율 3%이던 회사를 매출 1500억원, 점유율 20%대 회사로 키워냈다. 업계 순위도 7위에서 3위로 올랐다.
일동후디스는 내놓는 제품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회장은 “남 따라하면 만년 2등”이라며 “남들이 만들지 않는 것, 조금 비싸도 건강에 좋은 것만 만든다는 게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첫 자연방목 청정분유 ‘트루맘’과 뉴질랜드 산양유로 제조한 ‘산양분유’, 국내 최초로 초유를 함유한 분유 제품을 내놓으며 유아식업계 전체의 품질 경쟁을 이끌었다. 2003년 5월 출시된 산양분유는 지난해까지 1600만 캔이 팔리며 국내 산양유아식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그릭요거트 시장을 연 것도 이 회장이다. 유업계가 요거트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2012년, 일동후디스는 그리스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그릭요거트 ‘후디스 그릭’을 내놨다. 이 회장은 “당시 국내 요거트는 각종 첨가물과 색소 등을 넣어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며 “그리스 가정에서 만드는 전통 방식으로 신선한 우유를 농축한 뒤 각각 용기에 담아 개별 발효를 하고,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은 요거트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후디스그릭은 경쟁 제품에 비해 가격은 높지만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두 배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4000만 개 넘게 팔렸다.
◆‘기호식’을 ‘건강식’으로 바꾼다
올해 85세인 이 회장의 새 도전은 커피다. 일동후디스는 2015년 ‘앤업카페’로 컵커피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앤업카페는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50~100mL가량 더 많고,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 등 프리미엄 원두를 융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사용한다. 커피업계는 대용량 제품을 쏟아내며 앤업카페를 따라왔다.
커피사업을 시작할 때 ‘건강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식품회사가 커피를 파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다. 논문 수십 권을 독파한 이 회장은 ‘커피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회장은 집무실에 쌓여 있는 커피 관련 논문을 펼쳐 보이며 “커피는 카페인 중독, 커피믹스의 경화유지 성분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커피 생두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은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년간의 연구 끝에 폴리페놀 성분을 세 배가량 강화한 커피제품 ‘노블’을 작년 11월 내놨다. 노블은 식물성 경화유지 성분 대신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고, 탈지분유 대신 ‘1A’ 등급 우유를 썼다. 커피믹스엔 설탕이 아니라 당 흡수가 낮은 자일로스 설탕을 넣었다. 폴리페놀 성분을 높이기 위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등 고급원두를 저온에서 연하게 로스팅하고 별도로 생두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첨가했다.
이 회장은 제약·식품업계 원로로서 식품회사들의 과대광고와 베끼기 문화를 비판했다. 그는 “약 개발하듯 1~2년 열심히 연구해 내놓은 제품을 이름과 포장만 비슷하게 베껴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성분 표기를 일부러 잘 안 보이게 하는 등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비신사적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금기 회장은 누구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이금기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아로나민골드와 큐란 등을 개발하며 초고속 승진했다. 1984년 대표이사, 1994년 회장에 올랐고, 2010년 자회사인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기까지 26년간 일동제약을 이끌었다. 일동제약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1997년 일동제약이 워크아웃 상태일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 작년 말 기준 일동후디스 지분 43.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매일 아침 8시 출근해 각 부서장에게 보고를 받고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한다. 뉴스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직접 챙긴다.
그는 건강 비결로 저탄수화물·고단백 식단과 1일 1요거트, 커피, 골프 등을 꼽는다. 서울대 약대는 이 회장이 출연한 기금으로 작년 11월 이 회장의 호 ‘우봉’을 딴 ‘우봉약학전시관’을 개관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