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신기루인가?… 상상력이 빚은 '미래 도시'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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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세워진 '열망의 도시' 두바이
초고층 빌딩 분수 쇼, 사막의 석양, 인공섬… 꿈같은 하루가 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金시장
소매점 300개… 곳곳이 '번쩍번쩍'
초고층 빌딩 분수 쇼, 사막의 석양, 인공섬… 꿈같은 하루가 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金시장
소매점 300개… 곳곳이 '번쩍번쩍'
1년 내내 태양으로 이글대는 황금빛 사막 위 신기루처럼 솟은 도시가 있다. 중동의 뉴욕, 아랍의 베니스, 사막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두바이다. 구름보다 높은 초고층 빌딩들은 찬란하게 빛나고, 바다 위에 그려진 갖은 모양의 인공 섬들은 세계 지도의 모양을 시시각각 바꾼다. 세계 최고, 세계 최대, 세계 최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도시 한쪽에는 두바이의 과거가 담긴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부둣가에는 전통 배 수십 척이 물살에 삐걱대며 여행객을 기다린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는 물길을 건너면 시간은 한 세기를 훌쩍 거슬러 오른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 사이사이마다 진주조개와 대추야자가 전부였던 소박한 지난날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두바이= 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창조적 상상력과 중동 자본의 합작품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루는 7개의 토후국 중 하나다. 수도는 이웃 국가인 아부다비지만 관광과 상업으로 따지자면 단연 두바이가 한 수 위다. 아랍어로 ‘메뚜기’란 뜻을 지닌 두바이는 19세기까지만 해도 맨손으로 잡은 진주조개와 대추야자를 수출하며 삶을 꾸려나가던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1958년 라시드 국제무역항 건설을 추진하며 중동의 허브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1966년 유전이 발견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시작했다. 두바이의 현재는 단순히 석유가 안겨다준 거대 자본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두바이의 석유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다. 막강한 오일머니를 보유한 것은 아부다비다. 현 두바이의 국왕 셰이크 무함마드는 물질적 자원은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석유가 고갈된 후에도 두바이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물류, 항공, 관광 인프라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인공섬을 만들어 해안선을 늘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세우고, 해저에 호텔을 짓는 것과 같은 꿈 같은 일들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두바이는 창조적 상상력과 추진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중동 자본의 합작품이다. 두바이 중심을 가로지르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Sheikh Zayed Road)를 따라 달린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도시의 마천루가 마치 심시티의 실사판을 보는 듯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곳이 모래바람 휘날리는 황무지였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다. 두바이의 신시가지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제일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무대다.
두바이의 영원한 상징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호텔, 아름다운 주메이라(Jumaeirah)의 해변,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Souk Madinat Jumeirah), 인공수로를 따라 초호화 주거단지와 요트클럽 등이 모여 있는 두바이 마리나(Dubai Marina)까지 발 딛는 곳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초승달과 야자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를 필두로 팜 제벨 알리(Palm Jebel Ali), 팜 데이라(Palm Deira), 세계지도를 그대로 본떠 만든 더 월드(The World)와 같은 인공섬들이 두바이 앞바다를 스케치북 삼아 하나둘 그려지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에서 즐기는 분수 쇼
눈이 휘둥그레지는 별천지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다. 본래 두바이의 탑이란 의미의 부르즈 두바이(Burj Dubai)로 불렸지만, 개장 후 UAE 대통령의 이름을 딴 부르즈 칼리파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약 828m, 서울 롯데타워 1.5배에 달한다. 고개를 한껏 꺾어도 한눈에 담기가 버거울 정도다. 바로 옆에는 두바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 몰(Dubai Mall)이 있다. 축구장 50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에 1200개가 넘는 상점과 200여 개의 레스토랑, 실내 아이스링크, 영화관은 물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쿠아리움까지 갖춰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분수 쇼,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분수 쇼와 더불어 세계 3대 분수 쇼라 불리는 두바이 분수 쇼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춤추던 물줄기가 최대 150m 높이까지 치솟는다.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감상하면 낭만은 두 배가 된다. 부르즈 칼리파 124층에 있는 전망대 앳 더 탑(At the Top)에 오르는 것도 잊지 말자. 두바이 최고 명소답게 언제나 인파로 북적대고 대기시간도 만만치 않지만 기다림이 헛되지 않다. 인간이 만든 가장 높은 건물에서 바라보는 두바이의 풍경은 상상 그 이상이다. 낙조 무렵에 찾는다면 주경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두바이 분수 쇼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바이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알세르칼
알 쿠오즈(Al Quoz) 지역에 있는 알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로 향한다. 이곳은 원래 공장과 카센터가 밀집해 있던 지역이었다. 2007년 투박하기만 하던 회색 컨테이너에 갤러리, 카페, 작업실, 공연장, 편집숍들이 들어서면서 예술 거리를 형성했고 현재는 중동 예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건축사 OMA가 설계를 맡은 콘크리트(Concrete)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네모난 건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트렌디한 숍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세르카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통하는 A4 스페이스 카페, 중동 지역에서 나는 독특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수제 초콜릿 가게 미르잼 초콜릿 팩토리, 친환경을 주제로 한 하피 카페(Hapi Cafe) 등이 유명하다. 다운타운과 인접한 곳에 있는 해변 라 메르(La Mer)는 두바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다른 관광명소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라 여행객보다는 로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약 2.5㎞ 길이의 에메랄드빛 해변을 따라 수많은 상점이 늘어서 있다. 두바이 현지식부터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한국식 디저트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푸드트럭까지 마련돼 있어 입도 즐겁다. 곱게 단장된 산책로를 따라 익살스러운 벽화와 해변을 주제로 한 아기자기한 조형물, 어린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트램펄린까지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좋다.
전통 목선을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
최첨단 도시로 거듭났다고 해서 두바이의 옛 얼굴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이 흘러들어 만들어낸 두바이 크릭 주변에 형성된 구시가지에는 도시의 100년 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시가지는 크릭을 중심으로 두고 데이라(Deira) 지역과 부르 두바이(Bur Dubai)로 나뉜다. 대부분의 역사 유적지는 부르 두바이에 모여 있는데 알 파히디 역사지구(구 바스타키야)가 대표적이다. 바스타키야(Bastakiya)는 무역업이 번성하던 시절 이란 남부 바스탁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형성했던 마을이다. 60여 채의 전통가옥이 보존돼 있는데 현재는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의 건물들은 상부에 하나같이 네모난 탑을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굴뚝같기도 하지만 고온 건조한 사막성 기후를 극복하기 위한 아랍인들의 지혜가 담긴 윈드 타워(Wind Tower)다. 타워의 구멍을 통해 들어온 뜨거운 바람이 건물 하부에 저장된 물을 만나 차가운 공기로 변환되면서 건물 전체를 시원하게 만든다. 일종의 천연 에어컨인 셈이다.
황톳빛의 전통가옥 사이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진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꾸며진 갤러리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골목은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물들기 시작한다. 기도시간에 맞춰 들려오는 아잔 소리,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고 돌길을 거니는 아랍인들의 모습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데이라 지역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단돈 1디르함(약 300원)을 내고 두바이 전통 목선인 아브라(Abra)에 올라탄다. 크릭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과 상인들을 골고루 태운 아브라 수십 척이 둥둥 떠다닌다. 사공이 모터에 시동을 걸자 석유 냄새와 강바람이 뒤섞인다. 데이라 지역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전통 수크(Souk)다. 수크란 아랍어로 시장을 의미하는데 골드 수크(금 시장)와 향신료 시장이 대표적이다. 금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두바이답게 데이라의 골드 수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400여 개의 도매상과 300개의 소매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시장 전체가 금, 은, 갖은 보석들로 번쩍번쩍 빛난다.
스릴 넘치는 사막 듄베이싱 그리고 황홀한 석양
두바이 국토의 98%는 사막이다. 휘황찬란한 빌딩 숲, 아름다운 해변, 역사 유적지도 좋지만 사막을 빼놓고는 두바이를 논할 수 없다. 사막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인기 좋은 것이 사막 사파리 투어다. 느지막한 오후 호텔로 픽업 나온 차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달린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현대 문명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변은 온통 아득한 사막이다. 투어가 시작되는 장소에 도착하자 수백 대의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타이어에 공기를 빼느라 분주하다. 준비를 끝마친 자동차들은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사막 속으로 사라진다. 사막의 능선을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타는 듄베이싱을 즐기고 나면 일몰을 감상할 시간이다. 사구의 꼭대기에 자리를 깔고 앉아 뜨겁게 지는 석양을 만끽한다. 해가 지고 나면 베두인식 캠프로 향한다. 좌식 테이블과 두꺼운 방석이 마련된 캠프 주변에는 헤나, 전통 물담배인 시샤, 낙타 등을 체험하는 텐트들이 마련돼 있다. 베두인 전통음식으로 꾸려진 저녁식사가 차려지고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공연이 시작된다. 밸리댄스를 추는 무희의 강렬한 춤사위에 여행객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곧이어 남성 댄서가 치마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갖춰 입고 이집트 전통춤인 탄누라를 추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회전하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모습에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공연이 끝나자 캠프를 밝히던 모든 조명이 꺼지고 고요의 시간이 찾아온다. 칠흑 같은 사막의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두바이의 꿈같은 하루가 저문다.
두바이=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정보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과 두바이를 잇는 직항을 매일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10시간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화폐 단위는 디르함이며 1디르함은 한화로 약 300원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겨울에 해당하는 11월부터 3월이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루는 7개의 토후국 중 하나다. 수도는 이웃 국가인 아부다비지만 관광과 상업으로 따지자면 단연 두바이가 한 수 위다. 아랍어로 ‘메뚜기’란 뜻을 지닌 두바이는 19세기까지만 해도 맨손으로 잡은 진주조개와 대추야자를 수출하며 삶을 꾸려나가던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1958년 라시드 국제무역항 건설을 추진하며 중동의 허브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1966년 유전이 발견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시작했다. 두바이의 현재는 단순히 석유가 안겨다준 거대 자본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두바이의 석유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다. 막강한 오일머니를 보유한 것은 아부다비다. 현 두바이의 국왕 셰이크 무함마드는 물질적 자원은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석유가 고갈된 후에도 두바이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물류, 항공, 관광 인프라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인공섬을 만들어 해안선을 늘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세우고, 해저에 호텔을 짓는 것과 같은 꿈 같은 일들을 실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두바이는 창조적 상상력과 추진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중동 자본의 합작품이다. 두바이 중심을 가로지르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Sheikh Zayed Road)를 따라 달린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도시의 마천루가 마치 심시티의 실사판을 보는 듯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곳이 모래바람 휘날리는 황무지였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다. 두바이의 신시가지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제일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무대다.
두바이의 영원한 상징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호텔, 아름다운 주메이라(Jumaeirah)의 해변,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Souk Madinat Jumeirah), 인공수로를 따라 초호화 주거단지와 요트클럽 등이 모여 있는 두바이 마리나(Dubai Marina)까지 발 딛는 곳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초승달과 야자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를 필두로 팜 제벨 알리(Palm Jebel Ali), 팜 데이라(Palm Deira), 세계지도를 그대로 본떠 만든 더 월드(The World)와 같은 인공섬들이 두바이 앞바다를 스케치북 삼아 하나둘 그려지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에서 즐기는 분수 쇼
눈이 휘둥그레지는 별천지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다. 본래 두바이의 탑이란 의미의 부르즈 두바이(Burj Dubai)로 불렸지만, 개장 후 UAE 대통령의 이름을 딴 부르즈 칼리파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약 828m, 서울 롯데타워 1.5배에 달한다. 고개를 한껏 꺾어도 한눈에 담기가 버거울 정도다. 바로 옆에는 두바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 몰(Dubai Mall)이 있다. 축구장 50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에 1200개가 넘는 상점과 200여 개의 레스토랑, 실내 아이스링크, 영화관은 물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쿠아리움까지 갖춰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분수 쇼,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분수 쇼와 더불어 세계 3대 분수 쇼라 불리는 두바이 분수 쇼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춤추던 물줄기가 최대 150m 높이까지 치솟는다.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감상하면 낭만은 두 배가 된다. 부르즈 칼리파 124층에 있는 전망대 앳 더 탑(At the Top)에 오르는 것도 잊지 말자. 두바이 최고 명소답게 언제나 인파로 북적대고 대기시간도 만만치 않지만 기다림이 헛되지 않다. 인간이 만든 가장 높은 건물에서 바라보는 두바이의 풍경은 상상 그 이상이다. 낙조 무렵에 찾는다면 주경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두바이 분수 쇼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바이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알세르칼
알 쿠오즈(Al Quoz) 지역에 있는 알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로 향한다. 이곳은 원래 공장과 카센터가 밀집해 있던 지역이었다. 2007년 투박하기만 하던 회색 컨테이너에 갤러리, 카페, 작업실, 공연장, 편집숍들이 들어서면서 예술 거리를 형성했고 현재는 중동 예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건축사 OMA가 설계를 맡은 콘크리트(Concrete)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네모난 건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트렌디한 숍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세르카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통하는 A4 스페이스 카페, 중동 지역에서 나는 독특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수제 초콜릿 가게 미르잼 초콜릿 팩토리, 친환경을 주제로 한 하피 카페(Hapi Cafe) 등이 유명하다. 다운타운과 인접한 곳에 있는 해변 라 메르(La Mer)는 두바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다른 관광명소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라 여행객보다는 로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약 2.5㎞ 길이의 에메랄드빛 해변을 따라 수많은 상점이 늘어서 있다. 두바이 현지식부터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한국식 디저트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푸드트럭까지 마련돼 있어 입도 즐겁다. 곱게 단장된 산책로를 따라 익살스러운 벽화와 해변을 주제로 한 아기자기한 조형물, 어린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트램펄린까지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좋다.
전통 목선을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
최첨단 도시로 거듭났다고 해서 두바이의 옛 얼굴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이 흘러들어 만들어낸 두바이 크릭 주변에 형성된 구시가지에는 도시의 100년 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시가지는 크릭을 중심으로 두고 데이라(Deira) 지역과 부르 두바이(Bur Dubai)로 나뉜다. 대부분의 역사 유적지는 부르 두바이에 모여 있는데 알 파히디 역사지구(구 바스타키야)가 대표적이다. 바스타키야(Bastakiya)는 무역업이 번성하던 시절 이란 남부 바스탁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형성했던 마을이다. 60여 채의 전통가옥이 보존돼 있는데 현재는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의 건물들은 상부에 하나같이 네모난 탑을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굴뚝같기도 하지만 고온 건조한 사막성 기후를 극복하기 위한 아랍인들의 지혜가 담긴 윈드 타워(Wind Tower)다. 타워의 구멍을 통해 들어온 뜨거운 바람이 건물 하부에 저장된 물을 만나 차가운 공기로 변환되면서 건물 전체를 시원하게 만든다. 일종의 천연 에어컨인 셈이다.
황톳빛의 전통가옥 사이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진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꾸며진 갤러리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골목은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물들기 시작한다. 기도시간에 맞춰 들려오는 아잔 소리,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고 돌길을 거니는 아랍인들의 모습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데이라 지역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단돈 1디르함(약 300원)을 내고 두바이 전통 목선인 아브라(Abra)에 올라탄다. 크릭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과 상인들을 골고루 태운 아브라 수십 척이 둥둥 떠다닌다. 사공이 모터에 시동을 걸자 석유 냄새와 강바람이 뒤섞인다. 데이라 지역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전통 수크(Souk)다. 수크란 아랍어로 시장을 의미하는데 골드 수크(금 시장)와 향신료 시장이 대표적이다. 금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두바이답게 데이라의 골드 수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400여 개의 도매상과 300개의 소매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시장 전체가 금, 은, 갖은 보석들로 번쩍번쩍 빛난다.
스릴 넘치는 사막 듄베이싱 그리고 황홀한 석양
두바이 국토의 98%는 사막이다. 휘황찬란한 빌딩 숲, 아름다운 해변, 역사 유적지도 좋지만 사막을 빼놓고는 두바이를 논할 수 없다. 사막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인기 좋은 것이 사막 사파리 투어다. 느지막한 오후 호텔로 픽업 나온 차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달린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현대 문명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변은 온통 아득한 사막이다. 투어가 시작되는 장소에 도착하자 수백 대의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타이어에 공기를 빼느라 분주하다. 준비를 끝마친 자동차들은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사막 속으로 사라진다. 사막의 능선을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타는 듄베이싱을 즐기고 나면 일몰을 감상할 시간이다. 사구의 꼭대기에 자리를 깔고 앉아 뜨겁게 지는 석양을 만끽한다. 해가 지고 나면 베두인식 캠프로 향한다. 좌식 테이블과 두꺼운 방석이 마련된 캠프 주변에는 헤나, 전통 물담배인 시샤, 낙타 등을 체험하는 텐트들이 마련돼 있다. 베두인 전통음식으로 꾸려진 저녁식사가 차려지고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공연이 시작된다. 밸리댄스를 추는 무희의 강렬한 춤사위에 여행객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곧이어 남성 댄서가 치마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갖춰 입고 이집트 전통춤인 탄누라를 추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회전하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모습에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공연이 끝나자 캠프를 밝히던 모든 조명이 꺼지고 고요의 시간이 찾아온다. 칠흑 같은 사막의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두바이의 꿈같은 하루가 저문다.
두바이=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정보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과 두바이를 잇는 직항을 매일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10시간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화폐 단위는 디르함이며 1디르함은 한화로 약 300원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겨울에 해당하는 11월부터 3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