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관세 폭탄’ 조치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는 일제히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소 강관(파이프)업체 휴스틸은 캐나다 판매법인을 신설했다. 줄어들 미국 수출 물량을 대체할 시장으로 인근 캐나다를 선택한 것이다. 박훈 휴스틸 사장은 “현재로선 미국이 우방인 한국을 최종 행정명령에서 제외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런 불확실성에 기대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해봤지만 300억~4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가는 데다 시일도 3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휴스틸은 캐나다 영업현장에 투입할 해외영업 담당 임원을 충원했다.

하지만 휴스틸을 비롯한 대부분 업체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철강업체들이 다른 시장에서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미국을 기점으로 다른 국가들이 하나씩 문을 걸어 잠그면 결국 국내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어쩔 수 없이 미국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 강관회사인 넥스틸은 올 10월 가동을 목표로 400억원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 박효정 넥스틸 사장은 “미국 공장 설립이 완료될 때까지 유정용 강관 대신 비교적 낮은 반덤핑관세를 부여받은 송유관과 일반관 위주로 수출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철강제품 수출이 차단되면 미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자동차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은 “현대자동차의 앨라배마공장에 공급하고 있는 물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에서 자재를 사들이던 현대차가 관세 장벽에 막혀 현지 업체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