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재미있다고 좋은 스토리 아냐… 상징과 메시지 담겨야 되죠"
“단순히 재미있다고 해서 ‘좋은 스토리’는 아닙니다.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지요. 특별한 화소(話素)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설화야말로 ‘좋은 스토리’라고 할 만하죠.”

《스토리텔링 원론》(아카넷) 저자인 신동흔 건국대 국문학과 교수(사진)는 8일 “요새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스토리 대신 기교로 포장하려는 이야기가 많아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스토리텔링 원론》은 설화 등 옛이야기의 스토리텔링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몇백 년간 사라지지 않고 구전으로 내려온 옛이야기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감과 재미를 주는 이야기는 없다”며 설화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분석한 이유를 말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재미있다고 좋은 스토리 아냐… 상징과 메시지 담겨야 되죠"
그는 “스토리텔링을 잘하려면 창작보다 좋은 스토리에 대한 분석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무작정 ‘쓰는 연습’만 해서는 기교만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신 교수가 내놓은 ‘진짜 스토리’의 아홉 가지 요건은 이렇다. △역사와 철학이 있고 △사람들의 경험과 상상이 녹아들어 있고 △인간의 무의식적 인지를 가감 없이 반영하며 △특별한 화소들이 적재적소에서 빛나고 △앞뒤 내용이 어김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등이 그것이다.

특히 ‘캐릭터가 불편한 진실과 정면으로 부딪쳐 해법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벅스라이프’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어거스트 러쉬’ 같은 영화는 겉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피해가는 스토리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설공주는 왕비 때문에 세 번이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난 이후에야 행복을 찾는다”며 “백설공주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류의 뻔한 이야기로 여겨지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 위해 그만한 역경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일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을 가장 잘 지킨 것으로 신 교수가 꼽은 설화는 ‘바리데기’다. 그가 주목한 건 아버지에게 버려진 주인공이 산신령에게 낙화(落花)를 받아 던지니 길이 열리는 대목이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열매와 씨앗이 생기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낙화’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주인공 역시 세상에 생명의 꽃을 피우는 존재가 되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다는 상징입니다. 하나의 상징으로 거대한 서사를 예감할 수 있는 ‘바리데기’를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