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지난달부터 조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지수가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국내 171개 ‘정방향’ ETF에 755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군의 움직임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패시브 펀드의 한 종류다.

지난달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온 펀드는 ‘삼성KODEX 레버리지’ ETF로 4400억원이 순유입됐다. 2016년 1월 이후 최대폭이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 상승 움직임의 두 배만큼 수익을 올린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6.40% 하락하면서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투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도 ‘뭉칫돈’이 흘러들어 전체 ETF 가운데 순유입액 기준으로 2~4위를 차지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으로 지수가 떨어진 만큼 곧 전고점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10거래일 안에 10% 이상 하락한 일곱 번의 사례 모두 10~30거래일 안에 전고점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8월 ‘중국 위안화 쇼크’ 등 국외 요인으로 떨어진 지수는 곧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수년간의 학습효과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펀드매니저들이 종목 대신 ETF를 담는 분위기도 설정액 증가로 이어졌다. 주가가 너무 올라버린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을 담기에는 부담스러워 지수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투자가 급증하는 등 자금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지난 1월 코스닥 레버리지 ETF가 두 자릿수 이상 올랐지만 시장이 꺾이면 일반 ETF보다 하락폭이 큰 만큼 무리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