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연구개발비·이전가격 의혹 해명"·사측 "간부급도 구조조정"

경영난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한국지엠(GM) 노사가 28일 어렵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다.

사측이 마련한 인건비 절감 교섭안은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고, 노조는 한국GM 경영 부실의 숨은 원인으로 연구·개발(R&D)비 의혹 등을 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부평공장에서 제3차 2018년도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한국GM은 3월 초 본사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공장 신차 배정 결정을 앞두고 임단협을 통한 인건비 등 비용 절감 성과를 기대했지만, 일단 이날 협상에서는 사측의 교섭안이 거의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사측은 앞서 지난 22일 임금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등을 포함한 임단협 교섭안을 마련해 우선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비공식적으로 노조위원장 등 노조 측에도 교섭안을 보냈다.

아울러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함께 부평·창원·군산공장에서 동시에 받기 시작한 희망퇴직 신청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2~3차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런 조건의 희망퇴직 기회는 마지막"이라는 취지의 이메일도 발송했다.

하지만 이날 노조는 임단협이나 희망퇴직에 대한 언급 없이, 주로 정치권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GM의 과도한 연구개발비, 부당 이전가격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답변을 요구했고, 사측은 해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가격은 다국적기업에서 여러 나라에 흩어진 관계회사들이 서로 제품·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노조는 사측 교섭안에 대해 노조측의 교섭안이 따로 마련되기 전까지 일방적 사측 안만을 놓고 협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이날 교섭에서 노조원이 아닌 간부급 임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도 노조에 전달했다.

이 방안에는 28일 전무급 이상 임원을 35%, 상무와 팀장급 임원을 20% 감축하고 현재 36명인 외국인 임원 수도 절반인 18명까지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원급 이상 팀장급들의 올해 임금도 동결됐다.

이는 비노조원인 간부급 임직원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임금과 복리후생을 삭감한 사측 교섭안을 접한 노조원들 사이에서 커지는 "간부들은 빠지고 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교섭을 마치고 부평공장에서 버스를 타고 단체로 서울로 이동, 오후 2시부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장폐쇄 규탄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