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용 칩 제조회사인 퀄컴이 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퀄컴은 브로드컴이 인수가격을 1600억달러(약 171조5300억원) 수준으로 높이면 인수합병(M&A)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브로드컴은 퀄컴이 계속 M&A 제안을 거부하자 적대적 M&A까지 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퀄컴은 인수가를 주당 79달러(약 8만4700원)에서 90달러로 올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퀄컴의 부채 250억달러를 합치면 총 인수가는 1600억달러가 된다. 퀄컴은 폴 제이컵스 회장이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서한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브로드컴의 실사를 받아들이는 대신 인수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협상하자는 취지의 서한이다.

제이컵스 회장은 서한에서 “퀄컴 경영진은 쌍방이 실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비공개 합의를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서로에게 편하고 빠른 시기에 협상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퀄컴의 실사 제안에 일단 “실사를 인수 조건으로 삼은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퀄컴의 현 경영진이 성실한 접촉을 꺼린다면 주주총회 이후 새로 구성될 퀄컴 이사회와 선의 속에 협상하기를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퀄컴은 다음달 6일 주주총회에서 브로드컴이 제안한 이사 후보 6명의 선임 문제를 놓고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