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다음달 2일 생활가전 렌털사업을 재개한다. 2013년 재무구조 악화로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지 5년 만이다. 브랜드명은 ‘웅진렌탈’이다. 정수기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윤석금 웅진 회장(사진)은 “앞으로 모든 제품을 빌려 쓰는 시대가 온다”며 “국내 렌털 시스템을 고안한 ‘렌털의 원조’답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정수기

웅진렌탈은 다음달 2일부터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 총 8종의 렌털 제품 판매를 시작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서울 경기 대전 부산 등 주요 도시에 30여 개의 지국을 설립하고 100여 개 대리점을 모집했다. 온라인 판매도 병행한다. 지국과 지점 대리점은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렌털 사업은 웅진코웨이, 웅진씽크빅 사업본부장 출신인 신승철 부사장이 총괄한다.
웅진렌탈의 클래식 정수기(왼쪽)와 타워 청정기  /웅진렌탈 제공
웅진렌탈의 클래식 정수기(왼쪽)와 타워 청정기 /웅진렌탈 제공
웅진은 사용량에 따라 렌털요금을 할인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실속형 정수기를 선보였다. 물 사용량이 적은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예컨대 월 60L 이하를 쓰면 3000원을 깎아준다. 월 렌털요금 1만8900원에서 3000원을 할인받아 1만5900원만 내면 된다. 직수형 ‘조약돌 정수기’와 역삼투압형 ‘클래식 정수기’는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부유물 등을 확인해 20일마다 직수관을 자동 살균한다. 모든 정수기 필터의 코코넛 활성탄 비율은 시중 제품 대비 25% 이상 늘렸다. 신 부사장은 “코코넛 활성탄 비율을 늘려 물맛이 좋고 더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6만 가닥 실의 탄성을 이용해 20단계로 경도를 조절할 수 있는 매트리스도 내놨다. ‘슬립 콘트롤 매트리스’다. 리모컨으로 원하는 경도를 찾아 조절할 수 있다. 물통을 분리하지 않고 손쉽게 물을 보충을 할 수 있는 ‘이지 가습청정기’와 회오리 수류와 풀 스테인리스 노즐을 적용한 ‘회오리 비데’도 선보였다. 윤 회장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조의 귀환’에 업계 긴장

웅진은 1989년 정수기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수기를 임대 관리해주는 렌털 서비스를 고안, 세계 최초의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국내 가전제품 렌털서비스의 시작이다. 2013년 웅진은 재무구조 악화로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2018년 1월2일까지 5년간 렌털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競業)금지’ 조항을 넣었다. 웅진이 렌털사업을 재개한 것은 경업금지가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렌털업계는 원조의 귀환을 주시하고 있다. 1위 코웨이를 비롯해 교원그룹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바디프랜드 등 경쟁사는 인력 이탈 등을 우려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현대백화점(현대렌탈케어) SK(SK매직) 롯데(롯데렌탈) 등 대기업이 진출하는 등 경쟁이 심해진 데다 플랫폼 온라인화 등 경영 환경이 바뀌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매트리스 등으로) 렌털 품목이 다양해지고 렌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기회”라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털시장이 작년 28조7000억원에서 2020년 4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