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쫄깃한 볶음면에 육수가 스며든 반몐 우리 입맛에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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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1) '변방의 맛' 신장(新疆)
신장에서 맛본 양꼬치·낭컹러우·카오위 '中 구이요리 최고봉'
신장에서 맛본 양꼬치·낭컹러우·카오위 '中 구이요리 최고봉'
황량하고 거대한 풍경만큼 맛난 음식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여행객으로 발을 디디면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이드북 첫머리에 신장의 면적이 166만㎢라고 적혀 있다. ‘일개 성의 면적이 대한민국의 16배가 넘는다고?’ 우루무치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면서 스쳐가는 현지인들의 얼굴과 복장을 보면서 “이곳이 중국이냐?”고 반문하게 된다. 누가 미리 알려줘서가 아니다. 우루무치를 벗어나 여행하면서는 초원과 사막, 삼림과 호수, 도로변의 키 큰 가로수에서 오아시스 농업지대의 넓은 밭까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자연과 인공의 풍광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이렇게 거대하고 황량하지만,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는 절경이라니!’
그러나 신장에서 또 하나 놀랄 만한 것이 있다. 여행이 끝나가거나 아니면 여러 번의 여행이 쌓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자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신장 어느 지역이든 상점이나 노점에서 파는, 얇지만 큼지막하고 둥근 마른 스타일의 빵을 볼 수 있다. 중국어로나 우리 독음으로나 낭()이라 한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난’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음식이다. 숯불을 넣은 화덕 안벽에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붙인 채로 구워낸다. 잘게 썬 양파를 바르는 것 이외에 별다른 조리 과정은 없다.
화덕에서 바짝 구워낸 것이고 신장의 기후도 건조하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신장 사람들에게는 면과 함께 주식이랄 수 있다. 버스나 기차를 장시간 탈 때 간식 내지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고 장기간의 여정에서 비상식량으로도 훌륭하다. 입맛이 예민한 여행객은 이 낭에서부터 신장 음식의 서민적인 매력을 감지할 수 있다.
신장을 포함한 중국 서북 사람들의 주식은 밀이고 밀은 곧 면이다. 나는 신장의 면식에서도 반?(拌面)을 신장의 최고, 아니 중국 면식의 최고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시의 골목이든 시골 도로변이든 신장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음식은 단연코 반?이다.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렇게 흔한 음식이 훌륭한 한 끼가 돼 주니 음식으로서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반멘,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볶음면
반멘은 밀가루 반죽을 미리 준비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면을 삶아내 큰 접시에 담는다. 그러고는 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는 볶음요리를 뜨거운 불에 후다닥 볶아서는 작은 접시에 담으면 그만이다. 반?의 반은 ‘뒤섞다, 버무리다’는 뜻이다. 볶음요리를 면에 얹고 뒤적거리며 비비는 것은 손님 몫이다. 볶음요리는 소고기나 양고기, 닭고기를 넣고 목이버섯 등을 함께 볶아낸 것이다. 고기가 없는 것도 있다. 마늘종이나 토마토와 계란 등을 볶은 것도 인기 품목이다. 무엇보다도 면발이 우리 입맛에 잘 들어맞는다. 입에 넣어도 허술하게 끊어지지 않고, 씹으면 경쾌하게 잘도 씹힌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좋다. 짜장면처럼 후룩후룩 빨아들이듯 먹으면 면발이 입안에서 휘감기는 감촉도 부드럽다. 면과 요리를 섞어 먹다 보면 볶음요리의 육수가 면에 스며들어 면이 더욱 맛있어진다.
중국 최고의 양고기 요리 낭컹러우
신장 양꼬치가 ‘거리의 간식’에서 ‘전문적 요리’로 승화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낭컹러우(坑肉)다. 신장의 양꼬치가 중국 최고의 양꼬치라 한다면, 신장의 낭컹러우는 중국에서 가장 맛있는 양고기 요리로 꼽는다.
신장에서 또 하나의 멋진 볼거리를 겸한 맛난 음식은 카오위(勁魚)라고 하는 생선구이다. 어느 지역이든 물고기를 굽는 요리는 있다. 내가 소개하려는 신장 카오위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변 오아시스인 아커쑤지구(阿克蘇地區) 사야현(沙雅縣)에 사는 위구르족의 토종 음식문화다. 인근을 흐르는 타림하(塔林河)에서 잡히는 팔뚝만한 고기를 굽는다.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3~5㎏이나 된다. 큰 것은 10㎏까지 나가기도 한다. 굽는 방식 역시 신장의 풍광만큼이나 독특하다. 고기의 배를 갈라 내장을 깨끗하게 빼낸 다음 버드나무 가지를 꿰어 넓게 편다. 그 다음 야외의 맨땅에 얕고 긴 고랑을 파서 숯불을 채운다. 그리고 숯불 옆에 나뭇가지에 꿴 물고기들을 수직으로 꽂아 세운다. 열을 맞춰 세워진 고기들 그 자체가 독특한 볼거리다. 주방이나 화덕에 굽는 것과 달리 이런 야외에서 서서히 굽다가 70~80% 정도 구워졌을 때 소금과 쯔란이나 고추를 가루로 뿌려 맛을 낸다. 기가 막힌 맛이다.
다판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라고도 한다. 타청지구 사완현에는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행화촌(杏花村)이란 유명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장모라는 사람이 1992년 최초로 다판지를 상표로 등록했다고 한다.
지금은 감자뿐 아니라 다른 식재료를 넉넉하게 넣은 것도 많다. 샹구지(버섯), 셴차이지(짠지), 훙더우지(홍두), 화취안지(꽃빵), 하이다이지(미역), 유자낭지(빵치킨) 둥더우푸다판지(얼린 두부 닭조림) 지쉐빙다판지(닭조림) 등도 인기 품목이 돼 있다.
포도 대추 토마토도 양과 맛이 으뜸
이렇게 조리한 음식 이외에도 신장에서의 음식 가운데 또 하나의 경이로운 존재들이 있으니 바로 과일이다. 신장 과일의 운명은 좀 색다르다. 건조한 기후와 뜨거운 태양에 과일 겉면은 바싹바싹 타들어가지만, 뿌리에서 힘겹게 흡수한 지하수로 생장하는 게 신장 과일의 운명이다. 과일나무의 생장 과정은 빠듯하지만 그 결과로 과일의 당도는 높아져 정말 맛있다.
식재료에서도 놀랄 일이 한둘이 아니다. 우루무치 서부의 스허쯔나 구처 지역에서는 수확한 고추를 황량한 대지에 널어 말린다. 가을이면 붉은 고추가 대지를 뒤덮을 정도다. 우리가 태양초라 하여 애지중지 햇볕에 정성스레 말리는 것에 비교할 수가 없다. 끝도 없는 사막에 넓게 널어 말리고 건조가 끝나면 대형 덤프트럭으로 실어 간다.
신장의 토마토도 어마어마하다. 신장의 토마토는 토종 식물이 아니라 외래 농작물이다. 광대한 평원을 활용한 기계농업에 힘입어 중국의 토마토 생산과 가공량은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다. 오늘날 전 세계 케첩 네 병 중 한 병은 신장에서 생산된 것이라 한다. 값이 비싸더라도 오지에서 바다 냄새를 맡고 싶다면 칭정데위 정도가 좋다. 육수는 흥건하지만 맛은 담백하게 쪄내는 가자미 요리다. 고급식당에서도 단품 요리 하나가 60위안을 넘는 것이 많지 않은데, 신장의 가자미 요리는 200~300위안 정도나 한다. ‘오지에서 먹는 해산물’이기에 음식값도 다소 사치스럽다.
윤태옥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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