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스데이’가 결국 해냈다. 일본을 화끈하게 쓸어버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스킵 김은정)은 23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연장접전 끝에 8-7로 잡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은메달도 확보했다. 결승전 상대는 준결승에서 영국을 10-5로 격파한 스웨덴이다.스웨덴은 예선전에서 한국이 7-6으로 꺾었던 상대다. 올림픽 컬링이 결승에 오르기는 아시아에서 한국팀이 처음이다.

승리의 주역인 스킵 김은정은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던 연장전에서 마지막 스톤으로 귀중한 1점을 따내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팀은 이번 승리로 예선에서 유일한 1패를 내줬던 일본에도 완벽하게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출발은 좋았다. 한국팀은 1엔드에서 3점을 따내는 빅엔드를 만들며 일본을 처음부터 압박했다.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의 ‘천적’임을 증명하려는 듯 6엔드까지 6-4로 따라붙었다. 한국이 8엔드에서 다시 1점을 추가하자 일본은 9엔드에서 2점을 만들어내며 7-6으로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일찍 끝낼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끈질긴 일본의 추격에 진을 뺐다. 1점 앞서있던 마지막 10엔드에서 일본 스톤을 밀어내기 위해 던진 김은정의 마지막 스톤이 오히려 일본 스톤보다 멀어지면서 동점을 내준 것이다. 다잡았던 승리가 연장전으로 끌려가자 관중석에선 장탄식이 흘러나왔다.예선에서 당한 역전패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하지만 역시 ‘천하무적’ 김은정이었다. 일본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가 마치 한국팀의 실력을 시험해보려는 듯 정교한 샷으로 일본팀의 마지막 스톤을 던져 1점을 따낼 수 있는 위치에 가져다 놨다. 위기일발. 남은 건 김은정이 쥔 마지막 스톤. 김은정이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소톤을 던졌다. 손을 떠난 스톤은 천천히 미끄러져 간 뒤 정확하게 일본 스톤보다 한 스톤 가깝게 T존 옆에 멈췄다. 한국팀이 서든데스로 1점을 확보해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컬링 결승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관중석에서 ‘대~한민국!’이 터져나왔다.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김은정은 동료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예선 8승1패를 쌓아오는 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리고는 환호하는 한국 응원단에게 손키스를 연신 보날려 보냈다. 늘 냉정함과 무표정을 잃지 않았던 그였기에,관중들은 그의 반전 인간미에 더더욱 달아올랐다.

한편 앞서 열린 남자 컬링 예선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일본을 꺾어 일본의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