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2a상 중간결과 하반기 발표"
"기술수출의 핵심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의 결과입니다. 임상 2a상의 중간결과가 올 하반기 초에 나오고, 연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사진)는 올해가 기술수출 협상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다리고 있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엔리파신 SAL200'의 임상 2a상의 주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적정 투여 용량과 효능에 대한 긍정적 결과가 예상돼 연말 2a상의 조기 종료도 기대하고 있다.

SAL200은 항생제 내성균(일명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기존 화학합성 항생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의 바이오 신약으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표는 "기존 합성 항생제들은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저해 방식이라, 이를 회피하는 내성균을 만들게 된다"며 "SAL200은 세포벽을 파괴시켜 세균을 직접 죽이기 때문에 내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항생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항생제는 증식을 시도하는 초기 감염균을 죽이지 못하지만, SAL200은 초기 세균 및 증식균도 모두 사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추가 실사 진행할 것"

SAL200은 현재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의한 균혈증(혈액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반복투여 임상 1b상도 시작됐다.

윤 대표는 "반복투여 임상은 SAL200의 기술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SAL200의 반복투여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SAL200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도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인트론바이오는 올해 4~5곳의 기업들과 추가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실사(듀 딜리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듀 딜리전스는 기술수출 계약 이전의 검토 과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을 경쟁시켜 SAL200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임상 2a상과 반복투여 임상의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미국 임상 2상을 신청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위탁기관(CRO)과 논의 중이다.

SAL200은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에서 유래한 단백질 엔도리신을 기반으로 한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에 침투해 증식한 뒤 세포벽을 깨고 나온다. 엔도리신은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다. 인트론바이오는 세균을 죽이는 능력이 우수한 엔도리신을 찾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SAL200을 개발했다.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2a상 중간결과 하반기 발표"
기반 기술로 파이프라인 확장

인트론바이오는 엔도리신을 의약품으로 만드는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SAL200의 후속으로 그람 음성균과 탄저균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윤 대표는 "그람 음성균은 그람 양성균과 다르게 세포벽에 항생제의 살균 작용을 방해하는 층이 있다"며 "현재 그람 음성균 감염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전무한 실정이며, 올해 엔도리신 기반 그람 음성균 치료 기술을 완성해 연내 전임상 실험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그람 음성균 치료제 시장은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0.8%씩 증가해 36억달러(약 3조8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AL200이 대상으로 하는 MRSA 치료제 시장은 2023년 43억달러(4조6400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그람 음성균 치료제는 바이오 신약과 함께 개량신약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그람 음성균 항생제로 많이 쓰이는 아미카신을 개량한 악사카신의 생산공정을 개발 중이다. 악사카신은 공정 개발이 완료되면, 독성 시험을 거쳐 기술수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인트론바이오는 단지 한 신약물질의 개발 성공이 아니라, 엔도리신 기반 기술의 성공으로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트론바이오는 윤 대표의 친형인 윤성준 대표이사 사장이 1999년 설립했다. 서울대 의대 암연구센터 연구원이던 윤 사장이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해 창업했다. 삼성물산 해외사업부와 한국씨티은행 외환사업부 등에서 근무했던 윤경원 대표이사 부사장은 2001년 합류했다. 설립 초기부터 수익 사업과 신약개발을 함께 영위하는 '균형 경영'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전자시약 및 분자진단, 동물용 항생제 대체재 사업 등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 중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