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뿔싸! > 22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한국의 심석희(왼쪽 두 번째)와 최민정(첫 번째)이 충돌 후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아뿔싸! > 22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한국의 심석희(왼쪽 두 번째)와 최민정(첫 번째)이 충돌 후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결승전에 오른 한국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심석희(21·한체대)와 최민정(20·성남시청)이 마지막 바퀴에서 서로 충돌해 넘어졌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22일 메달 사냥에 실패해 금메달 2개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마감했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이날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에 나섰다. 경쟁상대는 킴 부탱(캐나다),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수잔 슐팅(네덜란드)이었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5명 중 2명이 한국 선수이기에 메달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큰 함성과 박수로 두 선수를 응원했다.

심석희는 출발 직후 선두로 나섰지만 곧바로 내려와 최민정과 함께 3~4위 자리에서 달렸다. 중반 들어 서서히 가속도를 붙였다. 심석희는 3위, 최민정은 4위를 유지했다. 사고는 아홉 바퀴를 도는 레이스 마지막 바퀴에서 벌어졌다. 하위권에서 틈을 노리던 최민정이 가속도를 붙이고 바깥쪽으로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3위로 달리던 심석희와 엉키면서 동시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안타까운 충돌이었다. 가장 믿었던 종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두 선수가 충돌했을 때 관중은 비명을 질렀고 경기가 끝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민정의 ‘3관왕 꿈’도 무산됐다. 이미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최민정은 1000m까지 차지할 경우 2006년 토리노 대회의 진선유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도 드라마 같았다. 준결승에서 최민정이 3위로 들어왔지만 중국 선수가 선두로 달리던 최민정을 밀었다는 심판판정으로 인해 어드밴스 기회를 받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관중들은 최민정의 결승 진출 소식을 확인하자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최민정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 결승에 진출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으며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첫 개인전 금메달이라는 목표 도달에 실패했다. B파이널에 올랐던 김아랑이 1000m 5위가 됐다.

충돌 후 심석희와 최민정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최민정은 경기를 마친 뒤 왼쪽 허벅지를 잡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최민정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심석희는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경기했다”며 “열심히 준비한 평창올림픽이 마무리되니 아쉬움이 크고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도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민정은 더 많은 금메달을 수확하진 못했으나 생애 첫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세계 최강의 쇼트트랙 선수임을 증명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모든 일정을 마감했다. 대표팀은 여자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이날 1000m 결승에서 한국 선수 2명이 탈락하면서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쉬자나 스휠팅(1분29초778)이 차지했고, 킴 부탱(1분29초956)이 은메달, 폰타나(1분30초656)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