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질주가 무섭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후반에 접어들수록 메달 수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폐막식을 나흘 앞둔 21일 노르웨이는 금메달 12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로 총 32개 메달을 수확해 종합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노르웨이 역대 최다 메달 수 26개를 넘어선 성적이다.

노르웨이는 인구 530만 명의 비교적 작은 나라다. 하지만 거대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독일 등과 함께 동계스포츠 최강국 중 하나로 꼽힌다. 단일 국가 중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126개)을 따낸 나라가 노르웨이다.

비결이 뭘까.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최대 강점은 ‘즐기기’다. 올림픽 선수단부터 선수들이 메달을 따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지 않고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꿈나무들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에선 청소년 선수의 경우 13세 이하까지는 기록을 체크하지 않는다. 토레 오브레보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 엘리트 스포츠 담당관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유소년 스포츠에서 스코어보드를 없앤 게 성공 비결”이라며 “그 나이에는 친구들과 놀고 즐기는 것에 더 집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껴야 스포츠에 대한 동기 부여가 더 잘 된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보니 정부가 공공연히 내거는 목표 메달 수 개념도 없다. 메달을 땄다고 해서 주변에 자랑도 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즐겼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라는 철학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다 메달을 따낸 스키점프팀은 ‘내버려 두기’를 우선하는 노르웨이 선수단의 특성을 잘 말해준다. 팀원들은 밤새도록 비디오게임에 몰두하다 늦잠을 자거나, 경기가 없는 날 여유롭게 휴식을 즐긴다. 늦은 밤 외출도 가능하다.

알렉스 스퇴클 스키팀 감독은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경기에 대한 신경을 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퇴클 감독 역시 이를 실천한다. 남성 중창단(아카펠라) 리더 출신인 그는 틈나는 대로 기타와 피아노, 플루트 연주로 스트레스를 푼다.

스포츠를 신분 상승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는 게 외신 분석이다. 무상 대학 교육과 만족도 높은 의료보험, 높은 취업률 등이 이런 분위기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WSJ는 “대다수 노르웨이인은 스포츠를 명예를 얻거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은 물론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