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전패' 백지선호, 최하위에도 세계 1∼7위와 명승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호들과 대결은 귀중한 경험…세계의 벽 넘을 자신감 얻었다
한국, 5월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챔피언십에서 '새로운 도전' 한국은 2014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이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꼴찌만 면하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대회에서 5전 전패, 승점 0으로 최하위가 돼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귀화 선수 충원과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데려오라는 IIHF의 다른 조건을 수락해 다행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는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랬던 한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3승 1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해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파젤 IIHF 회장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에서 망신을 당하면 그걸 허락해준 IIHF도 곤란해진다"며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에 주저했던 한국이 불과 3년 만에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2014년 7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감독과 박용수(42·영어명 리처드 박) 코치가 부임한 이후 대표팀은 환골탈태했다.
수비수 출신의 백 감독과 공격수 출신의 박 코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였다.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대표팀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백지선호'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톱클래스 팀들과 줄줄이 맞섰다.
한국은 15∼18일 열린 A조 조별리그에서 세계 6위 체코에 1-2, 7위 스위스에 0-8, 1위 캐나다에 0-4로 잇따라 졌다.
조 편성 자체가 불리했다.
슬로바키아(11위)와 슬로베니아(15위)가 있는 B조나 독일(8위)과 노르웨이(9위)가 속한 C조에 비하면 '죽음의 조'나 다름없었다.
A조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한 한국은 8강 티켓을 놓고 단판 플레이오프를 펼쳤다.
한국은 내심 슬로베니아 또는 노르웨이와 맞붙길 원했으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상대는 세계 4위의 강호로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핀란드였다.
한국이 지난 20일 핀란드전에서 2피리어드 초반 0-3으로 뒤질 때만 해도 몇 점을 주고 지느냐의 문제 같았다.
모두가 패배를 예감한 순간, 눈부신 반전이 일어났다.
한국은 근성과 투지를 앞세워 폭풍처럼 핀란드를 몰아쳤다.
'귀화 선수 1호' 브락 라던스키의 골에 이어 2분 만에 안진휘의 추가 골이 터졌다.
한국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끝내 2-5로 패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국내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를 선사했다.
아이스하키가 얼마나 재미있는 종목인지도 보여줬다. 한국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4전 전패, 승점 0으로 최하위(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부 기록에서도 바닥권이다.
유효 슈팅 성공률은 3.70%로 최하위였고,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에서 골을 넣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페널티 킬링(페널티 상황에서 실점을 막는 것) 성공률 역시 64.29%로 꼴찌였고, 세이브 성공률(88.05%)도 가장 낮았다.
숏핸디드 골(-1)은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한국은 대신 올림픽 경험을 얻었다.
그것도 올림픽에서 세계 1위, 4위, 6위, 7위와 싸웠다면 그 결과로 4전 전패를 했다고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거기에 더해 한국은 세계 톱클래스가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귀중한 소득을 얻었다.
신상훈은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닿을 듯 말 듯, 조금만 더, 한 끗만 더' 이렇게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올림픽 경험을 챙긴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과제는 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좁혀내느냐가 될 것이다.
올림픽에서 세계 톱레벨을 상대했던 선수들은 오는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다.
B조에 속한 한국은 캐나다, 핀란드, 미국, 독일, 노르웨이, 라트비아, 덴마크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목표는 챔피언십 잔류지만 어느 팀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특히 NHL이 빠졌던 올림픽과 달리 세계선수권에는 베스트 전력이 총출동한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주장 박우상은 "우리는 실패가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올림픽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발전할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은 안진휘는 "엄청난 자신감을 얻은 게 이번 올림픽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다.이제 우리 스타일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며 눈을 반짝였다. /연합뉴스
한국, 5월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챔피언십에서 '새로운 도전' 한국은 2014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이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꼴찌만 면하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대회에서 5전 전패, 승점 0으로 최하위가 돼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귀화 선수 충원과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데려오라는 IIHF의 다른 조건을 수락해 다행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내기는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랬던 한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3승 1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해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파젤 IIHF 회장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에서 망신을 당하면 그걸 허락해준 IIHF도 곤란해진다"며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에 주저했던 한국이 불과 3년 만에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2014년 7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감독과 박용수(42·영어명 리처드 박) 코치가 부임한 이후 대표팀은 환골탈태했다.
수비수 출신의 백 감독과 공격수 출신의 박 코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였다.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대표팀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백지선호'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톱클래스 팀들과 줄줄이 맞섰다.
한국은 15∼18일 열린 A조 조별리그에서 세계 6위 체코에 1-2, 7위 스위스에 0-8, 1위 캐나다에 0-4로 잇따라 졌다.
조 편성 자체가 불리했다.
슬로바키아(11위)와 슬로베니아(15위)가 있는 B조나 독일(8위)과 노르웨이(9위)가 속한 C조에 비하면 '죽음의 조'나 다름없었다.
A조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한 한국은 8강 티켓을 놓고 단판 플레이오프를 펼쳤다.
한국은 내심 슬로베니아 또는 노르웨이와 맞붙길 원했으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상대는 세계 4위의 강호로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핀란드였다.
한국이 지난 20일 핀란드전에서 2피리어드 초반 0-3으로 뒤질 때만 해도 몇 점을 주고 지느냐의 문제 같았다.
모두가 패배를 예감한 순간, 눈부신 반전이 일어났다.
한국은 근성과 투지를 앞세워 폭풍처럼 핀란드를 몰아쳤다.
'귀화 선수 1호' 브락 라던스키의 골에 이어 2분 만에 안진휘의 추가 골이 터졌다.
한국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끝내 2-5로 패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국내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를 선사했다.
아이스하키가 얼마나 재미있는 종목인지도 보여줬다. 한국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4전 전패, 승점 0으로 최하위(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부 기록에서도 바닥권이다.
유효 슈팅 성공률은 3.70%로 최하위였고,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에서 골을 넣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페널티 킬링(페널티 상황에서 실점을 막는 것) 성공률 역시 64.29%로 꼴찌였고, 세이브 성공률(88.05%)도 가장 낮았다.
숏핸디드 골(-1)은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한국은 대신 올림픽 경험을 얻었다.
그것도 올림픽에서 세계 1위, 4위, 6위, 7위와 싸웠다면 그 결과로 4전 전패를 했다고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거기에 더해 한국은 세계 톱클래스가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귀중한 소득을 얻었다.
신상훈은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닿을 듯 말 듯, 조금만 더, 한 끗만 더' 이렇게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올림픽 경험을 챙긴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과제는 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좁혀내느냐가 될 것이다.
올림픽에서 세계 톱레벨을 상대했던 선수들은 오는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다.
B조에 속한 한국은 캐나다, 핀란드, 미국, 독일, 노르웨이, 라트비아, 덴마크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목표는 챔피언십 잔류지만 어느 팀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특히 NHL이 빠졌던 올림픽과 달리 세계선수권에는 베스트 전력이 총출동한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주장 박우상은 "우리는 실패가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올림픽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발전할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은 안진휘는 "엄청난 자신감을 얻은 게 이번 올림픽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다.이제 우리 스타일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며 눈을 반짝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