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왼쪽)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프리댄스 경기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두 선수는 총 86.52점으로 18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왼쪽)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프리댄스 경기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두 선수는 총 86.52점으로 18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분홍 한복 치마와 살구색 저고리를 입은 여자 선수가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섰다. 하늘색 저고리를 입고 앞 매듭을 단정하게 맨 남자 선수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유려한 몸짓으로 빙판 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춤을 췄다. 세련된 느낌으로 편곡된 아리랑이 이들의 몸짓에 멜로디를 더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으로 한복과 아리랑이 빙판 위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20일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부문에서 민유라(23)와 알렉산더 겜린(25)의 연기 장면이다. 이들은 이날 기술점수(TES) 44.61점과 예술점수(PCS) 41.91점으로 총 86.52점을 받았다. 두 선수는 함께 원형으로 이동하는 서큘러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3을, 난도 높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레벨4를 받는 등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 스트레이트 라인 리프트를 해 레벨4를 따내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두 선수는 9개 과제 모두 큰 실수 없이 해냈다.

아쉽게도 메달권에는 못 미쳤다. 두 선수가 전날 한 쇼트댄스 점수(61.22점)를 합치면 아이스댄스 최종 점수는 147.74점이다. 20개 팀 가운데 18위에 그쳤다. 그러나 민유라와 겜린은 한복과 아리랑으로 감동을 주는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유라는 “한복은 느슨하고 치마가 커서 스케이트 타기에 좋지 않지만 디자이너와 상의해 불편하지 않게 다시 만들었다”며 “우리가 경기장에서 재킷을 벗는 순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옷에 모든 관중이 환호해줬다”고 말했다. 겜린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금메달은 캐나다의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 조에 돌아갔다. 이들은 프리댄스에서 122.40점을 받는 등 총점 206.07점을 기록했다. 쇼트댄스와 프리댄스 점수 모두 세계신기록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