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파산법을 조만간 시행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도 이를 승인했다. 법안의 자세한 내용이나 정식 발효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 국왕의 자문 기관인 슈라 의회는 지난해 12월 17개 장과 231개 조항으로 구성된 파산법 초안을 마련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법안에서 국내외 기업과 개인들을 위한 채무 상환 및 기업 청산 절차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재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사우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몇 년간의 국제 유가 하락으로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하지만 현대적인 파산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자들과 채무 재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파산법 승인은 사우디 정부가 중장기 경제·사회개혁을 위해 2016년 4월 마련한 ‘비전 2030’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해 관광·금융·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을 정비하는 등 경제 제도를 쇄신해 투자자들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승인된 파산법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우디 기업들과 채권단의 채무 분쟁 해결은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한때 사우디 양대 재벌 그룹이었던 아흐마드 하마드 알 고사이비 앤드 브러더스(AHAB)와 사드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역내외 은행, 기타 채권자들에게 220억달러(약 23조5000억원)의 부채를 지게 됐다. 로이터는 “AHAB 채권단의 3분의 2가 채무 재조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