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때 문재인 비서실장·백종천 안보실장·김만복 국정원장 주축
당시 대북특사로 문재인 비서실장 거론…실제로는 김만복 원장이 방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방북초청을 계기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안골모임'과 같은 고위급 협의체가 가동될지 주목된다.

안골모임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등 3인의 모임을 뜻한다.

모임 명칭 '안골'의 유래는 분명치 않지만, 국정원이 위치한 서초구 내곡동(內谷洞)에 있던 마을의 옛 이름 안골 혹은 안말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출간한 자서전 '운명'에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술했다.

2007년 5월 17일 백 실장이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8월 15일 전후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을 보고하자, 노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안보실장·국정원장이 구체적으로 진전시켜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 뒤 매주 목요일, 3인이 만났다.

'안골모임'이라고 불렀다.

실무자로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 한 사람만 배석시켰다.

백 실장은 BDA(방코 델타 아시아·2005년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돼 거래가 동결됨) 문제 해결과 6자 회담 재개를, 김만복 국정원장은 대북접촉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안골모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접견할 때 배석한 인사들의 직책이 11년 전 안골모임 멤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10일 접견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다.

안골모임 멤버에 통일부 장관 한 명만 추가하면 이날 배석자의 직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이 향후 남북 정상간 소통의 채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큰 만큼 안골모임 형태의 소규모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대화는 공개적으로 회의 석상에서 논의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라며 "소수의 핵심 인사 중심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특사로 방남한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서도 안골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안골모임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을 건의했기 때문이다.

안골모임 멤버인 김만복 원장은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대통령 특사를 보낼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북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파견할 대북특사로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처음 백 실장과 김 원장은 내가 특사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상황을 보고 순리에 맡기는 게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통령께는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때마다 구두로 진행 상황을 보고 드렸다.

7월 말 정도 모종의 연락이 올 것 같다고 해서 7월 중순부터 기대를 갖고 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에 파견된 인물은 김 원장이었다.

북한이 특사를 보내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기 직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샘물교회 신도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안골모임 멤버 중 백 실장은 그해 7월 22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급파됐고,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서 국내에서 인질사건 해결 과정 전체를 관장해야 했다.

결국, 김 원장이 방북해 정상회담 추진에 합의하고 돌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