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앤피플, 찔러도 아프지 않은 마이크로 니들로 약물 전달 효과↑
"찔러도 아프지 않은 마이크로 니들(바늘)로 화장품이나 의약품 성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조성윤 랩앤피플 대표(43·사진)는 "미세 침습 기기와 약물 전달 기능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20년 동안 바이오 분야에 몸 담아 왔다. 인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물리적으로 약물을 더 잘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다. 마그네슘, 아연, 칼슘 등을 적절히 조합해 생체흡수성 금속을 만들었다. 이 금속은 세포 독성, 피부 내 반응, 알레르기 등 생체적합성을 판단하는 ISO10993 기준을 통과했다.

조 대표는 생체흡수성 금속으로 머리카락 굵기인 100um(1um은 1000분의 1mm)보다 작은 마이크로 니들이 수백 개 붙어있는 패치를 개발했다. 마그네슘 성분 금속은 피부내 수분과 만나면 수소와 마그네슘 이온으로 분해된다. 생체흡수성 금속이라 불리는 이유다. 미네랄 이온과 수소만 남아 안전하다.

마이크로 니들 패치는 가늘고 부드러운 바늘이 통각 세포가 많은 피부층 직전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통증이 없다. 폴리머 패치는 표피를 관통하지 못해 약물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스테인리스 마이크로 니들 패치는 고강도로 피부를 쉽게 뚫지만 바늘이 표피에 박히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미세한 홈에 화장품이나 약물이 담긴 마이크로 니들이 피부를 투과하면 바늘 끝으로 나 있는 통로로 물질이 주입된다. 조 대표는 "미백·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앰플을 도포해 눈가 밑에 부착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피부 탄력, 피부 밀도, 피부 두께 등이 개선됐다"며 "마이크로 니들 패치는 전달 효율성과 안전성을 둘 다 잡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랩앤피플은 이 패치를 이용해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출시한 화장품 세트는 패치, 패치 전용 앰플, 마스크팩으로 구성된다. 패치 모양과 크기는 용도에 맞게 다양화했다. 가격은 20만원대다. 한달 매출은 600만원이다. 해외 수출도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미백, 주름, 여드름 등 앞으로 피부 미용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기능성 제품을 앞으로 계속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파스나 연고보다 소염·진통 효과가 우수한 패치도 올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조 대표는 "간편하게 침을 맞는 느낌으로 마이크로 니들 패치에 소염·진통 물질을 도포하면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약사에게 받았다"고 했다. 랩앤피플은 화장품과 소염·진통 패치 판매로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계 약물 전달 시장 규모는 1997년 534억 달러에서 2017년 4620억 달러로 약 9배 성장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한 해 1만3000건이 넘는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조 대표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로 항암제 같은 약물을 주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대장암 환자의 병변에 항암제를 담은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부착하면 약효가 강화할 것"이라며 "2021년에 상장하고 2023년까지 약물 전달 기기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